전 세계 120여 개 도시서 러시아인들, 반전 시위 나서...푸틴 제국주의도 규탄

입력 2023-02-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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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 러시아 망명자 정착 도시 중심 시위 확산
“우크라이나 승리! 러시아를 위한 자유!” 외쳐
러시아 제국주의 규탄하는 소수민족 목소리도
“시위 충분히 커지면 나머지 러시아인 마음도 돌릴 것”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링컨 기념관 앞에서 러시아 반전 시위자들이 모여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전 세계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시위에 나섰다고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전날이었던 23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전 세계 45개국 120여 개 도시에서 러시아인들의 반전 시위가 이어졌다.

전쟁 이후 러시아 망명자들이 정착한 주요 도시인 조지아 트빌리시, 리투아니아 빌뉴스, 독일 베를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에서 수백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들은 시위에서 “우크라이나 승리! 러시아를 위한 자유!”를 외치며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죽음과 파괴에 연대를 표명하고, 모든 러시아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하진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위자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국기와 함께 러시아 반전 시위를 상징하는 흰 바탕에 파란색 줄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있었다. 시위 현장에서는 파괴된 우크라이나 도시 이름이 적힌 포스터와 감옥이나 교수대에 있는 푸틴 대통령의 그림이나 모형도 보였다.

크렘린궁 연설문 작성자로 일했던 아바스 갈랴모프는 “러시아의 어떤 시위도 중요하다”며 “푸틴은 모든 러시아인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설득하길 원하기 때문에 이에 반하는 근거는 모두 그의 ‘게임’을 방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시위 규모가 충분히 커진다면 나머지 러시아인의 마음도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체제 활동가인 러시아 석유 재벌 출신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런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우리는 이번 전쟁의 끝이 푸틴 체제의 종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러시아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기 위해 수백 명의 시위자들이 모였다. 파리/EPA연합뉴스

브라질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중립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에서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현지 주민 대부분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모르는 것 같다”며 “전쟁의 위험성을 상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시위에서는 러시아 제국주의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함께였다. 러시아 소수민족 단체들은 “러시아 제국주의 반대한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석했다.

빌뉴스 시위에 참여한 인나 베레스키나는 “우리는 모든 침략과 공격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제국주의가 강화되고 폭력이 나라 밖으로 분출되도록 내버려 뒀기 때문”이라고 탄식했다.

러시아에서도 우크라이나 추모를 중심으로 한 시위가 있었다. 일부 시위자는 전쟁을 상징하는 ‘Z’와 ‘불명예(Disgrace)’를 활용해 ‘불명예의 해(Year of Disgraze)’라는 글자를 적은 팻말을 들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 내 시위는 운동가 막심 립칸이 시위 허가를 요청했다 체포되면서 확산하지 못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5일 기준 러시아 전역에서 반전 행동을 이유로 최소 65명이 구금됐다.

NYT는 모든 사람이 시위를 낙관적으로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내 시위가 불붙지 못한 만큼 나라 밖 시위가 나라 안의 일을 좌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과거 러시아 두마 의원으로 있었던 아르카디 E. 얀콥스키는 “시위가 당장 지금의 러시아 상황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더라도, 국가의 미래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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