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를 앞두고 SM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의 장외 여론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사업 기반인 아티스트와 팬, 직원들의 지지를 얻어 명분을 쌓고 넓게 퍼져 있는 소액주주들의 호응을 끌어내 주총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25일 엔터테인먼트와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양측은 프레임 설정을 위해 여론전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하이브 측은 일련의 과정을 모두 ‘경영권 분쟁’으로 판단한다. 반면 SM엔터테인먼트 측은 하이브 개입 전까지의 과정은 ‘부적절한 경영 시스템 개선’으로 규정하고, 이후 상황은 하이브의 적대적 인수 시도라고 주장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16일 이성수 대표이사의 유튜브 영상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이 전 총괄의 해외 개인회사(CTP)를 통한 역외탈세 의혹, 사익추구 관련 지시 등을 폭로했다. 하이브가 CTP의 존재를 알았는지 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하이브는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전 총괄이 CTP라는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도, CTP가 SM과 계약이 체결돼 있다는 내용도 전달받은 바 없다”며 “미처 인지하지 못한 거래가 발견되는 경우 이 전 총괄이 이를 모두 해소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고 반박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17일 오전 “‘해외판 라이크기획’인 CTP는 SM과는 거래가 없으므로 하이브가 계약 종결로 해소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이를 모른 채 체결했다면 이수만에게 속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하이브는 “SM과 직접 계약이 아니더라도 관련 수익은 받지 않는 것으로 이미 협의가 돼 있고, 향후에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이사회를 통해 투명한 계약관리를 할 것이기 때문에 SM의 문제제기는 의미가 없다”고 재반박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SM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현 경영진들이 이 계약에 대해 충분한 조치를 취해왔기를 바란다”고 역공했다.
또 이 대표는 2차 영상에서 “독립적인 경영을 지지한다면서 이사 7인을 추천한 것은 역시나 SM을 지우고 하이브의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의도로만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3월 주총 이후 사임 의사도 밝혔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의 적대적 M&A시 SM의 기업가치와 주가는 떨어진다”며 장철혁 CFO의 발표 영상을 공개했다. 장 CFO는 SM엔터테인먼트 전체 주주가 아닌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과점 우려도 지적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자산총계는 1조4652억 원, 하이브는 4조8863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SM엔터테인먼트 8484억 원, 하이브 1조7780억 원이다. 두 기업이 결합되면 단순 계산으로 자산총계 6조3515억 원, 매출액 2조6264억 원의 공룡 엔터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되고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총수로 지정될 전망이다. 기준이 현행 자산 5조 원에서 7조 원으로 상향되더라도 대기업집단 지정은 머지 않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거대기업 탄생과 함께 한국 엔터산업에서 하이브의 영향력은 막강해질 예정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종합 기획사를 대상으로 국내외 매출을 합산한 결과, SM과 하이브의 매출을 더한 점유율은 66%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누적 공연수익을 기준으로 한 점유율은 무려 89%에 육박하고 음반·음원 수익은 70%, 음반판매량 100위 이내 아티스트 보유수 기준 64%의 점유율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는 K팝 팬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브는 22일 일정을 앞당겨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하이브는 “지분 인수 과정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이수만 전 총괄의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했다”며 “SM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이자 주주 권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하이브는 “하이브의 비전과 ‘팬, 주주 중심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도약’을 표방하는 SM 3.0의 방향성은 맞닿아 있다”며 주주 등 설득에 나섰다. 하이브는 “크리에이티브와 콘텐츠를 중시하는 두 회사의 기업문화와 창의적 역량의 결합은 글로벌 시장에서 또 다른 혁신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와 체결한 사업계약서 내용이 드러나자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SM 구성원의 미래를 유한하게 만드는 계약”이라며 “현 경영진은 본 계약과 관련된 세부적인 의사결정을 모두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필요한 민⋅형사상의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들에게는 “현 SM 경영진은 신뢰할 수 없으며, 최근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과정이나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위법 논란을 야기하는 등 준법의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결권 위임을 권유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될 SM엔터테인먼트의 카카오에 대한 신주 등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은 이르면 다음 주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재판부는 SM엔터테인먼트와 이 전 총괄 측에 28일까지 관련 의견 제출을 마무리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