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AI 투자…예측 가능성·알고리즘 투명성은 숙제②[株테크 시장에 파고든AI]

입력 2023-02-22 08:54수정 2023-02-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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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기준 최근 3개월간코스피(초록색)와 혼합형 안정형 키우GO(빨간색)의 수익률 추이
“투자, ‘에어’(AIR, A.I. Research)에 맡기세요”

회사원 박모 씨(30)는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 리서치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종목 투자를 시작했다. 박 씨는 “AI가 기존에 없던 다양한 종목의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투자의 폭이 넓어졌다”며 “일단 500만 원을 넣었는데 한 달 새 7.6%의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AIR은 기업정보 및 주요 뉴스를 AI 뉴스 분석 엔진으로 분석해 리포트 형식으로 제공한다. 국내기업만 1689개 종목을 커버했다. 전체 국내 증시 상장기업의 72%를 다룬 셈이다.

직장인 이모 씨(43)는 최근 ‘AI 로보 어드바이저’ ‘키우GO’를 통해 5000만 원을 펀드 등에 나눠 투자했다. 조금씩 수익이 불어나자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포트폴리오를 늘려갔다. 2월 말까지 이 씨는 약 5%의 수익을 거뒀다. 이 씨는 “혼자 투자할 때는 매일같이 주가에 신경을 써야 했는데 이젠 마음 놓고 맡겨놓을 수 있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도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인 ‘챗GPT’열풍이 거세다. ‘챗GPT’가 등장한 후 증권사가 선보인 AI를 통해 국내외뉴스나 공시·종목 분석정보를 이용하거나 AI가 운용하는 상품에 투자하려는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부쩍 늘었다. 기존에 고액 자산가에게 한정됐던 다양한 투자정보나 자산관리 서비스의 문턱을 소액 투자자에게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AI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은=‘-1.50% vs 0.3%’

차례로 최근 3개월간 키움증권의 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 키우GO의 수익률(미국주식과 미국 상장지수펀드 혼합형 안정형)과 코스피의 상승 폭이다. 코스피가 플러스(+)로 상승한 반면 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으로 종목을 선별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챗GPT 열풍에 힘입어 증권사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예측 불가능성과 알고리즘 불투명성을 들어 AI 투자가 정답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19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계약자 수는 34만5759명이다. 집계가 시작된 2017년 8월(5825명)보다 58배 넘게 증가한 규모다. 운용 금액은 같은 기간 156배 증가한 1조8249억 원을 기록했다.

이 흐름에 증권사들은 AI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t과 Adviser의 합성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9월 사용자의 투자 성향과 보유상품 현황을 분석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했다. 특징은 초개인화다.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증권은 투자 유형을 5가지(성장형, 성장 추구형, 위험 중립형, 안정 추구형, 안정형)으로 나눴다. 또 같은 유형이라고 사용자의 가입 시점과 매매 내역, 계좌 잔고 등에 따라 고객별로 다른 포트폴리오가 적용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시장 환경과 계좌 현황에 맞춰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사용자에게 제안한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해 4월 로보알고리즘인 ‘굴링’을 출시했다. 굴링은 돈을 굴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굴링은 투자자가 직접 투자 목표와 기간, 기대수익률, 금액을 입력해야 한다. 굴링은 해당 정보를 바탕에 과거 거래 패턴과 비슷한 연령대의 투자 동향을 분석해 1만6000개의 포트폴리오 중 최적화된 선택지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굴링은 체험판 사용도 가능하다. 서비스 가입 전 향후 시장 상황에 따른 포트폴리오 수익과 손실 금액 예상치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수익 금액 변화도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투자 이후에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굴링이 밀착 관리한다.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변할 경우 굴링은 투자자에게 이벤트별 대응 전략을 카카오톡으로 보낸다.

포트폴리오 구성이 그치지 않고 AI가 공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KB증권이 대표적 예다. 지난 13일 KB증권은 미국 상장사의 공시정보를 분석하는 AI 로봇 ‘KB로보뉴스’를 출시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와 가상 투자 결과 리포트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KB증권은 이 서비스를 금융자산배분 전문 핀테크 기업 위스퍼와 협업해 개발했다.

KB로보뉴스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은 물론 미국 주요 종목에 대한 뉴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일일이 찾아보기 힘든 미국 투자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 대가와 기관 투자자의 종목 보유 현황, 주요 주주 및 임직원의 매수·매도 동향 정보도 제공한다. 이 외에도 KB로보뉴스에선 급등락주와 종목의 이상 징후를 감지해 장기간 성과를 분석하는 분기 실적도 확인할 수 있다.

◇AI가 수익률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다만 AI 투자가 반드시 수익률을 담보하진 않는다. 과거와 현재 벌어진 일들에 대한 데이터만 누적돼 있기 때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처럼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갑작스러운 수천억 원대의 횡령은 AI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경우 로보어드바이저의 알고리즘은 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가 로보어드바이저의 알고리즘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며 “알고리즘의 문제는 산업의 신뢰성과 직결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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