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 876조…GDP 절반 수준

입력 2023-02-2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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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부동산 그림자금융 비중 GDP 대비 42%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 2014년 말 대비 3.6배 증가…연평균 증가율 17.8%
부동산 가격 급락 → 금융회사 손실 → 실물경제 침체 ‘악순환’
“증가 속도 억제ㆍ스트레스 테스트 정례화…위험관리 강화해야”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우리나라의 부동산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손실이 금융회사의 손실로 전이되고 실물경제의 침체로까지 전이될 수 있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과 유사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나 은행보다 규제 수준이 낮은 비은행 금융기관 또는 이들 비은행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투자상품을 뜻한다.

21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리스크 진단 및 대응 방향’에 따르면, GDP 대비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 비중은 2014년 말 16%에서 지난해 9월 말 42%로, GDP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는 876조 원으로 2014년 말 246조 원 대비 3.6배가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7.8%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상업은행의 대출 잔액은 연평균 7.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증가 속도는 은행의 간접금융 증가율 대비 2.5배 빠르다. 유형별로는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PF 유동화증권 규모가 4~5배 증가했으며, 부동산신탁 및 PF 대출·보증 규모가 3~4배 증가하는 등 모든 유형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가 은행의 간접금융 대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한국 전체 그림자금융 규모에서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늘었다. 2014년 말 한국 전체 그림자금융 규모는 621조 원으로 이중 40%가 부동산 그림자금융이었다. 2021년 말 한국 전체 그림자금융 대비 부동산 그림자금융 비중은 62%다. 부동산을 제외한 그림자금융 대비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차지하는 배율은 동기간 0.7배에서 1.9배로 큰 폭으로 늘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시스템리스크 우려도 제기된다.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이에 따라 부동산 그림자금융 취급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 타 금융회사나 건설회사의 손실로 빠르게 전이되고, 보유 부동산의 급매 출회로 부동산 가격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보고서는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자본시장과의 상호연계성이 높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았다. 자본시장에서 PF-ABCP 및 PF-AB전단채 등의 발행이 어려워지면 증권회사 및 부동산 PF 시행사의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채권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한전채의 대규모 발행으로 수급 쏠림현상이 나타나 상당수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및 PF-AB전단채가 차환 발행되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PF 사업장이 자금 경색을 겪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PF 사업장이 부실화되면 PF 대출·보증을 수행한 비은행 금융기관이 손실을 볼 수 있고 관련 신탁, 펀드, 유동화증권 등에 투자한 다수의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역시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금융투자상품의 투매가 발생하는 등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복잡성이 크다는 점도 부실 발생시 시스템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또 비은행 중소형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그림자금융 취급 비중이 높아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연쇄 손실 개연성이 크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림자금융은 은행시스템을 대신해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순기능이 있으나 그림자금융 규모가 과도하면 시스템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며 “국제금융감독기구가 그림자금융을 규율했던 사례를 참고해 한국 금융당국도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증가 속도를 억제하고 정보 투명성을 높이며, 스트레스 테스트 정례화 등을 통해 부동산 그림자금융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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