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키이우 무역관장 “재건사업, 종전 방식에 달려…한국 기업에 기회 있다” [우크라 전쟁 1년]

입력 2023-0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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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일 관장 본지 인터뷰
“자원과 산업 기반 대부분 동부지역 편중
종전 후 영토 변화가 중요 문제
미국·유럽 기업과 경쟁할 수도, 컨소시엄도 방법”

▲주한일 코트라 키이우 무역관 관장.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또 한 번 긴장 상태에 놓였지만, 종전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지난해 연말 10가지 평화공식과 3단계 평화게획을 제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달 초 다시 한번 평화공식을 설명하는 영상을 통해 종전과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종전만 된다면 주요 인프라 재건을 위한 작업이 시작하고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9일 본지는 주한일 코트라(KOTRA) 키이우 무역관 관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현재 상황과 종전 후 우리 기업의 재건 사업 참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주 관장은 “우선 무엇보다도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이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계속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전쟁이 어떻게 끝나는지에 따라 재건사업 형태도 많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전통적으로 농업과 철강, 전력, 항공 등이 발달했고 천연가스와 석탄 등 자원도 비교적 풍부한 국가”라며 “다만 자원 매장지나 주요 산업 기반이 대부분 동부지역에 편중돼 있으므로 종전 후 우크라이나 영토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가 중요 문제”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지난해 12월 8일 전력공급업체 DTEK 직원이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키이우/AP뉴시스
그럼에도 전력산업 인프라 재건과 물류시설 재건, 도로건설 등 토목사업, 의료시설 복구 등은 종전 후 반드시 필요한 사업으로 꼽았다. 키이우 무역관이 지난해 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후 우크라이나에선 초고압 변전소가 미사일 공격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력 인프라가 상당 부분 훼손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파트와 학교 등 주요 건물들도 붕괴하거나 손상된 상태다.

주 관장은 “해당 사업들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이 분야들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의 재건사업 참여 움직임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 유럽 기업들도 재건사업 참여에 열을 올릴 것이고, 우리 기업으로선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국적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건사업에 참여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우린 제조가 강하기 때문에 설비·기자재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다국적 기업은 재건사업 수주작업을 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서 지난해 7월 29일 보안요원이 출항 대기 중인 선박 옆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오데사(우크라이나)/AP뉴시스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교역 회복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수출한 주요 품목으로는 승용차와 화장품, 아연도강판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 전쟁 후 수출이 급감했다.

주 관장은 “수출이 많이 감소한 이유는 첫째로 전쟁으로 현지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고 둘째로 물류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특히 해상운송을 주로 해왔던 우리 수출기업 입장에선 큰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해상이 봉쇄되면서 우리 기업이 우크라이나로 수출하려면 유럽까지 해상운송을 한 다음 내륙을 통해 우크라이나까지 트럭킹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내륙까지의 육송운송비가 전쟁 전 대비 3배 이상 올라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요 수출품 가운데 승용차는 대부분 중고차다. 전쟁 전엔 한국에서 로리선으로 우크라이나 오데사항까지 운반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반면 유럽산 중고차는 내륙운송으로 바로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어 경쟁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역 회복은 결국 해상운송이 다시 원활해질 수 있는 시점이 관건”이라며 “전쟁이 멈추고 바닷길이 열리기 전까지 충분한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코트라 홈페이지.
다만 “전쟁이 길어지고 물가가 오르면서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수입산을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자국산 제품을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건자재, 소비재 등 필수품들을 다시 생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여기엔 생산설비와 원부자재 등이 필요한데, 한국산을 문의해 오는 경우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인 수출품의 회복은 더디더라도 새로운 수출품을 발굴해서 노력하면 양국 교역은 조금씩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경제 성장은 올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우크라이나 경제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2%,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28%로 제시했다.

주 관장은 “지난해 GDP 성장률이 -30%가 넘었기 때문에 올해 3.2%라고 하더라도 전쟁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암울한 상황”이라며 “특히 정부 재정이 매우 열악해 경기부양을 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은행은 지난해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26.6%라고 했는데, 장바구니 물가를 보면 훨씬 높다”며 “서민들의 생활이 더 팍팍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끝으로 “무역관에서도 매일 모니터링하면서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전쟁이 멈추고 우크라이나 국민이 일상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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