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을 때만 먹죠” 공공기관 구내식당 ‘썰렁’한 사연

입력 2023-02-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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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치솟는 물가에 기업들이 운영하는 구내식당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것과 달리 최근 공공기간 구내식당은 한산하다. 가격은 제자리인데 급식재료와 인건비 등이 올라 한 끼 식사의 품질이 낮아져서다. 업계는 품질을 높이기 위해 입찰 참여 업체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입찰이 제한된 대기업에도 문을 열고, 중소기업에는 가점을 주는 등 다양한 업체간 경쟁구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세종청사에는 15개 업무 동 중 11개 동에 구내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상주 직원은 1만5000명에 달하고 끼니당 가격은 4000원으로, 수년 전만 해도 줄을 서서 먹어야 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찾는 사람이 줄어 조용해졌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A씨는 “어쩔 수 없이 일이 몰릴 때만 먹지 잘 찾지 않는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는 용도로 찾을 뿐 맛이 전반적으로 별로”라고 말했다. 40대 공무원 B씨는 “바쁘면 배달 주문이나 도시락을 먹지 구내식당은 가지 않게 된다. 구내식당 갔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고 했다.

합리적인 가격에도 구내식당이 썰렁해진 이유로 맛과 품질이 꼽힌다. 가능하면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품질을 높여야 하지만 청사 구내식당 끼니 당 가격은 4000원에 불과하다. 직원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판교 IT업체나 여의도 증권가 구내식당 식대가 끼니당 1만 원 내외인 것과 대조적이다. 좋은 맛과 품질 유지에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급식사업 업체들도 청사 구내식당 입찰에 적극적이지 않다. 현재 세종청사 내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업체는 중견·중소기업 3곳이다. 하지만 이용객이 줄자 지난해 구내식당 급식업체 입찰에는 A사 한 곳만 참여했다.

한 단체급식 업계 관계자는 “4000원에 팔면 원재룟값은 대략 60% 수준인 2400원이 드는데 그 정도로 고객 입맛을 맞추기는 박리다매가 가능한 대기업이 아니고는 사실상 어렵다”며 “괜히 사업에 나섰다가 욕만 먹고 평판만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격이 워낙 낮게 책정돼 품질을 높이지 못하면서 객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이라며 “레퍼런스를 쌓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서는 굳이 입찰에 나설 유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저렴한 단가를 유지하면서 품질을 높이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형 급식업체 참여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2020년 1월부터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은 중소 단체급식 업체만 입찰 참여가 가능하고, 대기업은 불가하다. 앞서 정부는 2012년 5월 중소업체보호 및 육성을 위해 ‘영세 중소상인 지원대책 계획’을 발표하고 대기업의 공공기간 구내식당 입찰을 원천 배제했다.

하지만 중견기업과 외국계기업의 시장 독식 부작용 탓에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공공기관 구내식당에 한해 대기업도 입찰 참여를 한시 허용했다. 당시엔 세종청사 구내식당의 인기도 높았다.

한시 허용이 만료된 2020년부터 다시 대기업은 구내식당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안전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대량 구매해, 다양한 메뉴를 급식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 구내식당 입찰에 대기업을 참여시키고, 입찰 심사 시 중소기업에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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