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발 신흥국 통화 평가절하 본격화...“투자자들 헤지 고려해야”

입력 2023-02-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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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새 구제금융 조건으로 환율 정상화 내걸어
올해 이미 이집트 등이 자국 통화 평가절하
과거 위안화 평가절하 당시 증시서 13조 달러 증발
아르헨티나, 가나, 나이지리아 등 요주의 대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은행에서 고객이 지폐를 쥐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연합뉴스
넘쳐나는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기다리는 신흥국들이 본격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앞두고 있다. 과거 평가절하가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이어진 이력이 있는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고음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IMF는 새 구제금융 조건으로 신흥국들에 통화 평가절하를 통한 환율 정상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미 올해 이집트와 파키스탄, 레바논이 자국 통화 가치를 깎았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최소 24개국이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어 평가절하 물결이 일어날 조짐을 보인다.

이들 국가는 대개가 고정환율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 경우 홍콩이 도입한 페그제와 달리 자국 통화 가치가 미국 달러에 연동되지 않아 환율 변동성은 그만큼 커진다. 아르헨티나나 나이지리아 등 일부 국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환율제를 동시에 운용하고 있지만, 시장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신흥국 시장은 지난 1년여간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 맥을 못 췄고, 시민의 불만 속에 금융 문제는 다시 시위와 정권 축출 등 정치·사회적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지아드 다우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신흥국이 고정환율에 노출돼 있고 외부 충격으로 인해 일부 국가는 급격한 통화 가치 하락을 겪었다”며 “다른 국가들도 곧 뒤따를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급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런티어 시장 공식-비공식 환율 간 격차 현황. 12일(현지시간) 기준. 단위 %. 레바논: -77% /아르헨티나: -49% /에티오피아: -46% /나이지리아: -39%. 출처 블룸버그.

전문가들은 신흥국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한다. 일례로 2015년 중국이 기습적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했던 당시 글로벌 매도세가 번지면서 6개월 만에 전 세계 증시에서 13조 달러(약 1경6601조 원)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신흥국 시장 규모가 중국만큼 크진 않더라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웰스파고의 브랜던 맥케나 투자전략가는 “일부 취약한 프런티어(제2 신흥국) 시장에서 추가 평가절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런 시장에 노출된 투자자는 평가절하 위험에 대한 헤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정보 업체 텔리머는 △아르헨티나 △이집트 △가나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을 주의해야 할 시장으로 거론했다. 국가 부도를 반복하는 아르헨티나에선 공식 환율이 달러당 190페소이지만,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달러당 373페소에 거래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나이지리아 역시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 간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 상태다.

하르나인 말릭 텔리머 투자전략가는 “통화 약세는 자본을 유치하고 무역 조건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부채 상환액을 급증시킬 수도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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