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우려 여전한데…내부거래 공시완화 괜찮나

입력 2023-01-24 08:42수정 2023-01-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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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연합뉴스)

내부거래액 34.5조 증가…공시집단 절반 공시의무 위반
공정위, 내부거래 공시 기준액 50억→100억 상향 추진
“일감몰아주기 관대 대처 신호로…공시 완화 신중해야”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상품·용역 등의 내부거래금액이 34조 원 넘게 늘고, 대기업집단의 절반이 공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총수 일가가 소유하는 회사 등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 자행 우려도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의 공시 부담 완화를 위해 내부거래 공시 기준 금액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러한 공시 완화가 자칫 부당 내부거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작년 5월 지정 76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이하 공시집단) 소속회사 2316곳의 2021년 기준 내부거래금액은 218조 원으로 전년보다 34조5000억 원 늘었다. 특히 이중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한화 등 총수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금액은 155조9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0조5000억 원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공시집단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계열회사 간 거래(30조8000억 원) 중 91.1%(28조 원)가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졌고, 수의계약 비중은 비상장사(95.7%)가 상장사(84.9%) 보다 높았다.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통한 감시가 이뤄지기 어려운 비상장사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감시 강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등 공정거래법 상 공시의무를 위반한 공시집단도 적지 않게 적발됐다. 76개 공시집단 중 절반인 38개 집단이 공시의무 위반으로 공정위로부터 총 8억4413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공시의무 위반행위 총 95건 중 대규모내부거래 관련 공시 위반이 35건에 달했다. 상품·용역거래에 대한 미공시 또는 미의결이 대부분이다. 공정거래법은 공시집단 소속회사 및 공익법인에 자본총계(순자산총계), 자본금(기본순자산) 중 큰 금액의 5% 또는 50억 원 이상인 내부거래 시 이사회 의결·공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재벌그룹을 중심으로 내부거래금액이 늘고 공시집단 절반이 공시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발생 소지 또한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규모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대상 기준금액을 5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상향하고, 5억 원 미만의 거래는 이사회 의결 및 공시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기준이 거시경제와 기업집단의 규모 확대 등을 반영하지 못해 기업들의 공시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 타파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내부거래 공시 기준액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한 시장 질서를 해치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억제하기 위한 대기업집단 공시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공시제도는 대기업 내부의 정보를 자체적으로 공개해 부당한 내부거래에 대해 시장이 알아서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감시 제도"리며 "이번 규제 완화는 정부가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관대하게 대처하겠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일감몰아주기는 계열사가 손쉽게 일감을 획득하도록 하기 때문에 기업 자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계열사와 경쟁하는 중소기업에는 불이익을 주게 된다"며 "아직도 부당한 내부거래로 의심되는 거래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공시제도를 완화하는 것에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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