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온돌 바닥, 미국 열차에서 볼 뻔 했다

입력 2023-01-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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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열을 활용해 객차를 난방하는 원리를 설명한 그림. 굴뚝을 빠져나가는 열을 표시 부분으로 통과하게 해 객실을 난방하는 원리.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한국의 대표적인 난방 방식인 ‘온돌’이 미국에서 운행하는 열차에 실릴 뻔한 사연이 공개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호러스 뉴턴 알렌(Horace Newton Allen) 의료선교사의 일대기를 다룬 네 번째 자료집을 펴내면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알렌 선교사는 1885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자 현재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인 광혜원(제중원)을 설립해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고, 의학 교수도 겸했다.

알렌 원장은 발명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이번 자료집에 따르면, 조선의 효율적인 난방 시스템인 온돌에 반한 알렌 원장이 미국 열차에 적용하기 위해 1887년 9월 10일 뉴욕의 특허회사 메저즈 문 앤드 컴퍼니((Munn & Co)에 ‘온돌 난방 객차’ 특허를 제안하는 편지를 보냈다.

알렌은 편지를 통해 조선에서 직접 경험한 온돌을 설명했다. 요리할 때 사용하는 불의 열기가 방바닥을 통과하게 해 바닥을 데우는 원리를 객차에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기관의 연기와 폐열을 전달하기 위해 객차 아래로 연도(煙道)를 설계한 그림(위)과 객차 바닥의 돌판 그림(아래)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운행 중인 객차의 굴뚝에서 빠져나가는 폐열(waste heat)로 객차를 난방하면 최대 70%의 열 효율을 내면서도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편지에 첨부된 난방 객차 도면과 작동원리를 설명한 그림을 통해 알렌이 아이디어를 실용화하기 위해 깊이 고민하며 연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이번 자료집에서는 고종의 요청으로 알렌이 한국 공사관의 미국 정착을 돕고 미국으로부터 거액의 차관 교섭을 하는 등의 이야기를 실제 편지 사료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자료집 편역을 맡은 박형우 연세대 객원교수는 “고종의 주치의였던 의료선교사 알렌은 조선 의학 발전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기차와 관련된 여러 발명을 고안했다”며 “구한말 의료선교사이자 발명에 관심이 많았던 알렌이 조선에서 보낸 삶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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