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된 법정 최고금리 20%] 현실 외면한 국회…전문가들 "시장연동제 도입해야"

입력 2023-0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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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인하 힘 싣는 정치권
현실 외면한 무책임한 주장
조달금리 상승만큼 금리 올려
대출수요 탄력적 대응해야"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금융당국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상·인하 여부에 대해 "정치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법정 최고금리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고 국회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조달금리 상승 폭만큼 올리는 시장금리연동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지표금리가 오르고 내릴 때마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법정 최고금리 수준 결정은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국회의 결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회에는 시장원리에 반해 오히려 법정 최고금리를 더 낮추자는 법안이 쌓여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과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 등이 법정 최고금리를 연 15%로 낮추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연 13%로 인하하자는 법안을 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연 10%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고 금리를 낮춰서 끝단에 있는 힘든 사람들이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의 논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일갈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내려오면서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신용대출이 급격하게 줄었다"며 "이는 금융사가 24%의 금리(2021년 7월 이전 법정 최고금리)면 돈을 빌려주겠지만 그보다 낮아지면 못 빌려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해 취약차주의 대출시장 배제 현상을 완화하는 '시장금리연동제'를 제안하고 있다.

시장금리연동제란 현행처럼 최고금리 상한을 시장금리 변동과 상관없이 고정하는 방식이 아닌 특정 지표금리를 설정하고 그 변동에 맞춰 법정 최고금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방안이다. 대부업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하면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 배제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며 "조달금리 상승 폭만큼 법정 최고금리가 오르면 배제되는 취약차주 대부분에게 대출 공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2021년 말 대비 조달금리가 2%p 상승한 상황에서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를 택하고 있는 가상의 상황을 분석한 결과, 고정형 법정 최고금리 하에서는 시장에서 배제됐던 69만2000명의 차주 중 98.6%에 해당하는 68만2000명의 차주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조달금리가 2%p 상승할 때 고정형 법정 최고금리하에서 소비자 후생(지불의향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은 한 달에 차주 1인당 약 5만2000원 감소하는 반면,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하에서는 3000원 감소에 그친다. 즉, 제도 변경에 따라 소비자 후생도 한 달에 차주 1인당 약 4만9000원 증가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에서도 법정 최고금리가 있는 국가의 경우 시장금리와 연동이 된다"며 "업권별로 금융사들이 마진 확보가 가능한 범위까지는 올려줘야 한다. 최고금리를 악용한 사례는 그것대로 규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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