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험 사상최고 치닫는데 출혈경쟁하나…은행 대출문턱 낮춘다

입력 2023-0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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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조이는 것과는 대조
대출수요 감소세나 대기업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뉴시스)

신용위험이 사상최고치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은행은 되레 대출문을 활짝 여는 분위기다. 자칫 출혈경쟁으로 치닫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출을 조이겠다는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태도와도 대조를 이룬다.

반면, 대출수요는 줄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경기불확실성과 함께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로 인한 회사채 발행시장 경색 여파가 이어지면서 대기업의 은행대출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이 국내 금융기관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 2022년 4분기 동향 및 2023년 1분기 전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은행이 느끼는 신용위험은 41을 기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직후인 2020년 2분기(42) 이후 2년6개월(10분기)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1분기 전망치 역시 45를 보여 더 높아질 것으로 인식했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1분기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이다. 직전 최고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44, 실적기준)였다.

이 지수는 100과 -100 사이에 분포하며 지수가 양(+)이면 완화 내지 증가라고 답한 금융기관 수가 강화 내지 감소라고 답한 금융기관 수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한국은행)
부문별로 보면 기업과 가계 모두에서 높아졌다. 우선 4분기 실적을 보면 대기업(22)과 중소기업(39), 가계(39)는 각각 2020년 2분기(각각 23, 43, 40) 이후 가장 높았다. 1분기 전망도 각각 25와 42, 44를 기록해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제2금융권 또한 은행권과 인식이 같았다. 우선 4분기 실적 기준으로 보면 상호저축은행(52), 상호금융조합(44), 생명보험회사(42)는 각각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4분기와 2014년 1분기 이래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신용카드회사도 25를 기록해 2020년 2분기(25) 이후 가장 높았다.

올 1분기 전망치도 상호금융조합(51)과 신용카드회사(25)는 더 높거나 같은 수준으로 인식했고, 저축은행(45)과 생보사(40)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봤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박장호 한은 은행분석팀장은 “지속적으로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반영하는 것 같다. 레고랜드 사태 또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며 “이자부담이 늘고 있다. 연체율이 은행권은 아직 낮지만, 비은행부문인 다른 업권은 올라가고 있다. 2금융권은 이같은 상황도 반영된 듯 싶다”고 전했다.

이종한 한은 비은행분석팀장은 “2012년 저축은행 부동산 PF 관련 사태가 있었다. 그 당시 정도까지는 아니나 위기가 고조될 경우 가장 약한 고리인 비은행권에서는 신용위험을 높게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엔 전 금융업권에서 유동성문제와 신용리스크로 위기감이 있었다. 다만, 점차 (신용위험이) 완화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출태도는 제1금융권인 은행과 제2금융권이 갈렸다. 은행의 경우 4분기 기준 14를 기록해 직전 3분기(6)보다 완화됐다. 1분기(13) 역시 완화 추세를 유지했다.

작년 4분기 기준 저축은행은 -57을 기록해 3분기 연속 역대 가장 강한 대출태도를 이어갔다. 이는 직전 조사에서 밝힌 4분기 전망치(-32) 보다도 크게 강화한 것이다. 상호금융조합은 -48로 역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신용카드사(-44)는 2021년 4분기(-57) 이래, 생보사(-22)는 2분기 연속 2017년 2분기(-26) 이후 가장 강화된 수준을 유지했다. 1분기 역시 저축은행(-45), 신용카드사(-31), 상호금융조합(-52), 생보사(-19) 모두 강화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은행권은 금융기관간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대출을 늘리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팀장은 “2금융권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성리스크와 건전성 이슈에 대한 경계감이 많았다. 연체율도 조금씩 나빠지고 있는 중이다. 금리가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취약차주가 더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법정최고금리가 20%다. 수신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더 올릴 수 없었던 것도 대출태도를 강화하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출수요는 전반적으로 줄고 있는 가운데 주체별 업권별로 갈렸다. 우선, 은행은 4분기 -8, 1분기 -6을 기록했다. 가계의 경우 신용대출 등을 포함하는 일반과 주택담보대출 등을 포함하는 주택 모두 4분기 -19, 1분기 -22를 나타냈다. 대출금리 상승과 주택시장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대기업은 4분기 28을 기록해 직전 조사 전망치(6)를 훌쩍 뛰어넘은데 이어 2008년 4분기(31) 이후 14년(56분기)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분기(19) 역시 수요가 상당했다. 대내외 경기 둔화 우려에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주로 운용자금을 중심으로 대출수요가 많다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중소기업도 4분기(3) 보다 1분기(14) 수요가 크게 늘었다.

2금융권의 경우 카드사(4분기 -19, 1분기 -13)와 상호금융조합(각각 -21, -19)은 수요가 크게 줄었다. 특히 4분기의 경우 신용카드사는 2019년 2분기(-25) 이후 가장 낮았고, 상호금융조합은 2분기째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저축은행(4분기 7, 1분기 8), 생보사(각각 10, 9)는 수요가 늘 것으로 봤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15일부터 12월9일까지 204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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