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유럽, ATS서 ETF·채권·비상장주식 거래…거래대상·특성 따라 차별화 방안 필요"
국내 최초 대체거래시스템(ATS·다자간매매체결회사)의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거래대상을 상장주식 외에 상장지수펀드(ETF)와 채권, 비상장주식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발간한 ‘대체거래시스템의 거래대상 확대 필요성’ 보고서에서 “ATS의 효용성은 상장주식 거래에 국한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ATS의 거래대상을 ETF, 채권, 비상장주식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ATS는 자본시장법상 다자간매매체결회사로 정보통신망, 전자정보처리장치를 통해 동시에 다수를 상대로 증권 매매, 중개, 주선, 대리 업무를 하는 투자매매·중개업자다. 사실상 제2의 한국거래소인 셈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 및 증권 유관기관 34개사는 지난해 11월 ATS 운영을 위한 법인 ‘넥스트레이드’의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은 3월부터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ATS 논의는 상장주식 거래플랫폼간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왔으며 거래대상 또한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장주식으로 제한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ATS는 투명성, 접근성, 안정성에 대한 규제적 요건을 통해 금융상품의 거래 효율성을 제고하고 투자자보호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도입된 것으로 그 효용성이 상장주식 거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북미와 유럽의 경우 ATS를 통한 거래는 상장주식뿐만 아니라 ETF, 채권, 파생상품 등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ETF 거래의 10%, 비상장주식 거래의 19%, 국채 거래의 42%, 증권화상품 거래의 20%가 ATS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 대체거래시스템의 비중은 더 크다. ETF 거래의 63%, 국채 거래의 87%, 회사채 거래의 88%, 파생결합증권 거래의 54%가 ATS에서 처리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채권 장외거래에서의 ATS 역할에도 주목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채권거래의 82%는 장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국채와 지방채를 제외한 채권은 사실상 장내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며 국채의 경우에도 장내거래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호가정보 및 체결결과 보고의무와 같은 중개업자 규제 이외에 거래플랫폼 규제는 존재하지 않아 거래절차의 공정성과 거래인프라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불공정 거래행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TS의 투명성, 접근성, 안정성을 바탕으로 할 때 연간 거래대금 4300조 원에 이르는 채권 장외거래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ATS의 운영을 허용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거래플랫폼이 ATS라는 완결된 형태로 운영되도록 규율한다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ATS에 요구되는 규제적 요건은 해당 거래플랫폼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에 따라 거래대상의 거래특성에 따라 차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