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감자튀김의 사례는 밥상에 오르던 식품이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엄중하게 보여준다. 기후 위기와 질병,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식량 문제에서 다양한 위기가 ‘퍼펙트 스톰’으로 몰려오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은 최근에 너무나도 많이 보았다. 이미 세계 인구의 30%가 식량 위기에 노출돼 있는데, 인류 차원의 근본적인 대안 마련 없이는 미래에 더 많은 인구가 식량 공급이 끊기는 불안 속에서 살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위험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보장할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으로 ‘글로벌 커뮤니티’ 개념을 제시한다. 21세기에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그 어떤 일도 하나의 국가, 사회, 마을에서만 단편적으로 펼쳐지지 않고, 글로벌한 단위에서 인과관계를 찾을 수 있다. 주제와 키워드 단위로 세분화하는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우리는 수많은 소통과 정보 공유를 통해 정보 비대칭에서 벗어나 최적의 대안을 도출하게 될 것이다.
다만, 시공간의 제약으로 글로벌 커뮤니티는 디지털화한 플랫폼에서 형성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채용 시장에 특화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 세계 6억 명을 끌어모은 링크드인이 있다. 채용 시장은 대표적으로 정보 비대칭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다. 링크드인은 네트워킹을 통해 세상에 산재된 인재들을 선으로 연결하고, 인재 분류를 통해 높은 확률로 상호 원하는 매칭이 일어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소통을 하고 인사이트를 얻으며, 새로운 대안과 비즈니스를 찾아내기도 한다. 그렇게 도출된 정보는 현업인과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만큼 가장 신선하며, 생명력을 갖고 살아 숨 쉰다. 때문에 이곳에서 정보를 검색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모두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해 주는 곳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각인된 디지털 플랫폼은 하나의 사업 모델로서도 자생할 수 있다. 전문적인 소통이 이뤄지는 곳이기에 관계자들은 이곳에서 서비스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거래를 진행한다. 유료로 운영되는 링크드인의 프리미엄 서비스가 바로 그렇다. 대안을 제시해주는 공론의 장이자 마켓플레이스로서 디지털 플랫폼은 지속 가능하게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농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커뮤니티 형성에 최적화된 방식은 디지털 플랫폼이다. 예컨대 전 세계 농식품 관계자 20억 명 중, 감자 공급과 관련된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소통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감자 재배와 관련해 누구에게는 고민거리가 누구에게는 손쉬운 상황으로 인식돼 금방 해결이 된다. 공급 과잉으로 판로를 찾아 헤매는 사람이 공급처를 구하지 못해 난감해하는 사람을 만나 반가운 거래 성사가 이뤄질 것이다.
전 세계 단위에서 특정 주제별로 담아내 소통한다면, 우리가 직면한 농식품 밸류체인의 어려움은 보다 더 해소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패스트푸드 업체 감자 구매 담당자들이 지구 반대편 미국 서부의 감자 생산 상황을 소통을 통해 미리 알고 있었다면, 국내에 ‘감자튀김’ 실종 사건이 벌어졌을까? 아니라고 본다. 사전에 대비했을 것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분명히 찾았을 것이다.
앞으로 세계 시장은, 특히 글로벌 농식품 시장은 ‘정보 비대칭’을 최소화한 ‘글로벌 커뮤니티’ 안에서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이곳에서 농식품 분야의 취약한 시스템을 개선할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른바 ‘지구 공동체’로서 각 키워드마다 식량 공급망을 재구성하고 시스템적 위험에 대비하면, 전례 없던 위기에도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20억 명을 한데 뭉쳐 소통하게끔 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미션이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먹거리 해결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세계 인구의 30%를 먹거리 걱정에서 해방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한 번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