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갑질’ 브로드컴, 반도체 中企에 200억 지원 약속

입력 2023-01-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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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이투데이DB)

공정위, 브로드컴 동의의결안 의견수렴 진행...추후 최종안 확정
삼성전자 등에 부품 공급계약 강제 및 부품선택권 제한 않기로

삼성전자에 '갑질(거래상 지위 남용)'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부품업체인 브로드컴이 제시한 자진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된다.

시정안에는 국내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대한 부품 공급계약 강제 금지, 2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분야 중소사업자 지원 등이 담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과 협의를 거쳐 마련된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해 10일부터 내달 18일까지 이해관계인 및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9일 밝혔다.

브로드컴은 스마트폰 부품을 삼성전자에 공급하면서 3년간의 장기계약(LTA) 체결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2019년부터 브로드컴의 해당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여 작년 1월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이후 브로드컴은 작년 7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이 소비자 피해구제 등 자진시정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내놓은 자진시정안을 보고 작년 8월 말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동의의결을 통해 효과적으로 거래질서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점 △브로드컴의 시정방안으로 스마트기기 부품시장의 혁신 경쟁을 보다 촉진할 수 있다는 점 △상생 지원 방안을 통해 중소 반도체 업체의 기술개발 및 신규진입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점 등을 개시 이유로 들었다.

동의의결 개시 이후 브로드컴이 공정위의 보완 요청으로 수정한 이번 잠정 동의의결안에는 경쟁질서 회복 방안과 거래질서 개선 및 중소사업자 상생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우선 브로드컴은 경쟁질서 회복을 위해 국내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부품의 선적 중단, 구매주문의 승인 중단, 기술지원 중단, 생산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이용해 부품 공급계약의 체결을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거래상대방 의사에 반해 부품선택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거래상대방에 자신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도록 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동의의결 시정방안의 이행 및 공정거래법 준수를 위해서는 독립적인 공정거래 컴플라이언스 감독관을 임명‧운용하고, 동의의결 시정방안 추적 시스템을 구축한다. 최고경영자(CEO) 등을 포함한 임직원 준법교육도 실시한다.

특히 브로드컴은 반도체 분야의 중소사업자 상생지원을 위해 2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기금 활용 계획을 보면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운영주체가 돼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창업‧성장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가칭) 반도체 인재양성센터’도 설립해 국내 대학(원)생 및 재직자를 대상으로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팹리스 지원에 특화된 ‘(가칭) 혁신설계센터’를 설립해 반도체 시제품의 기능 및 성능 검증을 위한 환경도 구축한다.

거래상대방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작년 3월 이전에 출시된 갤럭시 Z플립3, 갤럭시 S22 등 스마트기기에 탑재되는 브로드컴 부품에 대해 3년 기간의 품질보증을 적용하고, 3년 동안 기술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부품 주문 및 기술지원 요청에 대해 유사한 상황의 다른 거래상대방 수준으로 부품 공급 및 기술지원을 제공하는 데 노력한다.

최종안이 확정되면 브로드컴에 대한 사건처리가 종료된다. 브로드컴이 공정위의 거액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피하게 되는 것이다. '봐주기'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2021년 2월 공정위는 국내 이동통신사에 단말기 광고비와 무상수리 비용을 전가한 혐의를 받은 애플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 애플은 1000억 원의 상생기금 조성을 약속했는데 이를 두고 국회에서는 과징금 예상액보다 적은 수준으로 공정위가 애플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신재식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200억 원의 상생지원 등은 공정위의 여러 가지 제재 기준으로 볼 때 충분 이상의 수준”이라며 “브로드컴을 제재할 경우 과징금이 200억 원 수준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40일간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잠정 동의의결안은 공정위 누리집(www.ftc.go.kr)을 통해 공고할 예정이며, 이해관계인 누구나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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