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 키우는 러, 유가 상한제 참여국에 석유 공급 금지

입력 2022-12-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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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제재 관련 대통령령에 서명
2월 1일부터 5개월간 효력
유가 상승, 인플레 심화 우려
법령 모호해 실질적 효과 의문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EPA연합뉴스
러시아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공급망과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를 넘기게 된 상황에서 러시아는 서방 주도 유가 상한제에 참여하는 국가들에 자국산 석유 공급을 금지하기로 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해당 내용이 담긴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법령은 내년 2월 1일 발효해 7월 1일까지 5개월간 지속할 예정이다. 최종 구매자가 아닌 관여자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크렘린궁은 성명에서 “대통령령은 가격 상한 메커니즘을 직간접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공급 계약에 적용된다”며 “공급 금지는 최종 구매자를 포함한 모든 단계에서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러시아는 내년 초 석유 생산량이 하루 50만~70만 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우린 이 위험을 막기 위해 상대방과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한계치에 다다른 판매 정책을 고수하기보다 감산 위험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는 서방이 지정한 상한선인 배럴당 60달러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 주로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과 인도, 터키 등이 판매 대상이다.

러시아가 이들 비서구 구매국에도 석유 수출을 억제하기로 한다면 전 세계 공급이 줄어들면서 유가가 상승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WSJ는 짚었다.

▲러시아 노보로시스크 석유단지 인근에 10월 11일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노보로시스크(러시아)/AP뉴시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법령이 모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러시아는 석유 수출을 통한 재정수입이 절실한 상황이라 수출을 전면 통제할지는 미지수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연구소의 시몬 탈리아피에트라 선임 연구원은 “이번 법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상한선을 지키는 일부 국가에 계속 수출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며 “이는 러시아가 어려운 상황에 있고 석유 판매 수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감한 보복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현재 시장은 공급보다 수요가 더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러시아는 이달 들어 하루 약 250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했다. 이는 올들어 11월까지 평균보다 22% 감소한 수치다. 공급 금지를 결정하고 감산을 경고하기 전부터 이미 줄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석유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동부 항구 선적 감소는 혹독한 겨울 날씨와 중국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재발로 수요가 약해진 탓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석유 구매자는 인도와 중국 등 6개국으로 이전보다 줄었다”고 덧붙였다.

미즈호증권의 로버트 야거 애널리스트는 “공급은 사실 문제가 안 된다. 수요가 더 큰 문제”라며 “중국 경제 재개와 극심한 추위로 인한 3주간의 유가 랠리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활동이 계속 악화한다면 유가는 몇 주간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가 가뜩이나 유례없는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을 한층 높여 석유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는 존재한다. WSJ는 “유럽연합(EU)은 내년 2월 디젤과 같은 러시아 정제유에 추가로 가격 상한제를 부과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이게 글로벌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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