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내년에도 금리 인상, 자산가격 하락 등의 부정적 요인들이 지속할 것이라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향후 이같은 위험요인들이 실물경제, 유동성 악화 등 복합적으로 작용할 시에는 금융시장의 돌발 위험이 급속도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제기된다.
국제금융센터가 28일 주요 9개국(미국·캐나다·영국·유럽·일본·독일·이탈리아·스페인·호주) 중앙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Financial Stability Report)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국가들이 작년 이후 자국 내 금융리스크가 증가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성장 악화, 금리 인상, 자산가격 조정 등의 부정적 금융 여건이 지속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었다.
중앙은행들은 금융 시스템 내 위험요인으로 △저소득 가계 부채 △부동산 가격 급락 △기업부채 △비은행 금융기관(Non-bank Financial Institution, NBFI) △시중 유동성 악화 △보험사의 위험자산 투자 △정부부채 등을 지목했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이러한 리스크들은 대체로 고금리, 유동성 축소, 자산가격과 연계돼 있어 심화 또는 장기화 여부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부채는 향후 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실적 감소로 인해 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자 증가,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등에 의한 기업 실적 둔화가 레버리지(부채), 이자보상배율 등 상환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지역에서는 중소기업, 저신용등급 기업들의 부채 위험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팬데믹 이후 경제 정상화 수혜가 적었기 때문에 실물경제 충격이 제일 먼저 미칠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기업 부채의 70% 이상이 변동금리인 만큼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비은행 금융기관 내 드러나지 않은 부채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됐다. 급격한 금리 인상, 변동성 확대와 같은 금융 여건 하에서 그림자금융의 취약성에 대한 익스포저가 확대하고 있다. 특히 연준은 미국 내 NBFI에 대한 은행 대출이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어 비은행 금융부문의 레버리지가 향후 경제에 부정적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각국 중앙은행은 △사이버 위협 △가상자산 △기후변화 등을 금융시스템 외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 북한 등 국가 배후 정교한 사이버 공격의 빈도가 증가해 주요 금융기관이나 시장 인프라가 타격을 입을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현재 모든 중앙은행들은 견조한 기업·가계 재무, 대응태세 등으로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험 확대 가능성에는 회의적이나, 향후 실물경제, 유동성 악화 등이 복합작용 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라며 “금융시스템 외의 리스크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