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70% 차지
“증시, 금리 인하 중단돼야 바닥 확인 가능할 것”
올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는 일명 ‘공매도 폭탄’을 시작으로 내년 증시가 또다시 혹한기를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올해 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08조8082억 원,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31조8054억 원으로 집계됐다. 합산하면 총 공매도 거래대금은 140조6136억 원이다.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22일 기준 110조3310억 원)보다도 큰 규모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기도 하다. 아직 올해가 끝나지 않은 데다가 통상 연말은 공매도 숏커버링 현상이 두드러지는 시기인데도 이미 기존 최고치를 넘어선 것이다. 직전 최고 기록은 2018년 133조3330억 원으로, 2019년(104조2958억 원)과 2021년(96조9177억 원)이 그 뒤를 이었다.
올해 공매도 시장은 단연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했다.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98조9204억 원으로, 올해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의 70%를 넘게 차지했다. 개인 투자자가 2.15%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유독 외국인을 필두로 공매도 거래가 급증했던 이유는 올해 주식시장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20%, 30% 넘게 떨어졌다. 이처럼 약세장이 지속하자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도가 낮아져 외국인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비중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이진우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공격적 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외국인의 코스피 선호도가 높지 않은 해였다”며 “현재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이 2020년 37.7%에서 현재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인 29.8%까지 하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는 데다 경기 침체 등으로 증시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의 신호로 여겨지는 공매도까지 악재로 작용해 내년 약세장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내년 증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적지 않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의 경우 경기선행지수와 연준 기준금리 전년 차의 관계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가 중단돼야 좀 더 분명한 바닥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프로그램 비차익 순매수는 코스피가 2500포인트(p)에 도달한 이후 정체됐다”며 “한편으로 순매도세는 제한된 모습으로 주식 비중축소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