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소중한 것은, 다시 돋우는 마음

입력 2022-1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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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우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

수원시 분당선 역 근처에 ‘우리마을’이라는 지역사회전환시설이 있다. 이 건물 옥상에는 작은 정원이 있다. 옥상정원 그 아래 네 개 층에는 다소 까다로운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마음이 아픈 그들은 사회에서의 자립 생활을 준비하기 위하여 이곳에 몇 달간 머물고 있다. 몇 해 전 봄에 옥상정원의 펜스를 타고 올라가도록 인동초를 심었었다. 인동초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생전에 아끼고 좋아하셨다는 넝쿨나무다. 여름이 되어 펜스를 휘감고 올라가는 줄기를 감탄스레 바라보고 있던 나는, 어느 한 줄기가 꺾여서 애처롭게 끊어질 듯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전지가위로 그 가지를 아예 잘라 버릴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그냥 두었는데, 글쎄 이 녀석이 시들지 않고 끝끝내 버티더니만 기역자로 꺾인 채로 더 굵게 가지를 돋우어 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마침내 가지 끝에 붉은 꽃들을 피워내는 것이다. 그 뒤로 나는 옥상정원에 올라가면 종종 그 기역자 가지를 바라보며, 아래층에 있는 마음 아픈 분들을 연상하곤 한다.

우리마을에 입소한 마음 아픈 분들은 이미 마음이 꺾인 분들이다. 마음이란 것이 삶의 충격과 고통에 못 이겨 마음 병으로 허물어진 것이다. 이들은 꺾이고 상처 난 마음을 다시 돋우기 위하여 인내와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떤 힘으로 이들은 꺾인 마음을 다시 잇고, 그 상처 옆에 다시 새순이 돋아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일까? 그것은 인동초 고유의 생명력 즉, 마음의 탄력성(resilience) 때문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마을은 상처를 돋우어 내는 질긴 ‘생명력’, 그리고 햇살을 향하여 타고 올라가는 ‘희망’이라는 것, 그것을 신봉한다. 그것을 소중히 다루고 지켜내어, 마침내 스스로 상처를 돋우어 낼 수 있을 때까지 그 곁에 머물며 기다리는 것이다.

최근 우리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이 몸은 각종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마음’의 투혼을 발휘하여 16강의 위업을 달성하였다. 이 말은 요즘 고난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큰 힘을 주고 있다. 이루어야 할 사명을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 그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혹시나 모진 세파에 꺾였을지라도, 그 마음을 끝끝내 다시 돋우어 낼 수 있다는 것. 인동초의 소중한 가르침이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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