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민원 넣어야만 해주는 제설 작업…빙판길 사고 예방은 결국 ‘개인 몫’

입력 2022-12-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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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린 21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폭설에 쌓인 눈으로 보행로가 꽁꽁 얼어붙을 때마다 미끄러짐과 낙상 등 위험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제설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며칠째 빙판길을 걷는다는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시민 안전을 위해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곡동 사고, 제설 작업 늦어 발생

최근 발생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초등학생 사망 사고가 제설 작업만 제때에 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17일 오전 9시 9분께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한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12살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졌다. 사고 장소는 스쿨존 시작 지점에서 불과 8m가량 떨어진 곳이다. 아이는 이곳에서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다 변을 당했다.

당시 도로는 새벽부터 내린 눈이 쌓여 미끄러운 상태였다. 사고가 난 건널목은 평소에도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많이 이용해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사고 지점 반경 1.5㎞ 안에는 초등학교 4개와 중학교 1개가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주민 A 씨는 “사고 당일 도로는 얼어있었고 제설이 안 됐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세곡동 주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민들이 그동안 도로 내 열선 처리와 제설 작업을 요구했으나 (민원이) 묵살됐다”는 취지의 주장도 올라왔다고 한다. 강남구청은 통행량 등을 고려한 매뉴얼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제설작업을 벌였고, 사고 당일 제설 차량 9대가 사고 발생 지점 등을 포함한 관할 구역을 돌았다고 해명했다.

▲매년 폭설로 인한 미끄러짐 등의 안전사고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폭설 관련 사고 매년 반복

기습 폭설 등에 따른 교통 대란이나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2~1월은 도로 서리·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집중되는 때다. 2016~2020년까지 5년 동안 이런 사고는 총 4868건 발생해 사상자 8938명이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17일부터 사흘간 대설특보가 내린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차량 전도 사고 등이 속출했다. 이 기간 전남에서는 눈길 미끄러짐 사고가 7건이 접수됐다.

광주와 전남도소방본부에 따르면 18일 오전 10시 21분께 북구 용두동에서 길을 걷던 B 씨가 빙판길에 넘어져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날 오전 9시 55분께에도 북구 두암동에서도 보행자가 눈길에 넘어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전 10시 3분께엔 전남 강진군 도암면 도로에서 승용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2명이 다쳤다.

서울시에 따르면 폭설로 도로가 눈으로 덮이면 건물 경계선으로부터 1m까지 소유자와 점유자, 관리자 등이 눈을 치우도록 한 조례가 있다. 눈은 그친 때로부터 주간은 4시간 이내, 야간은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제설·제빙을 마쳐야 한다. 이런 조례가 있음에도 강제성이나 벌칙 규정이 없어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보행자 낙상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도로 관리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가능하다.

최근 문제가 된 사고의 경우 관리자를 특정할 수 없는 일반 도로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때 사고 예방을 위해 정부의 제설 작업이 제때에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제설작업의 경우 관할 기관의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고, 시민들의 불편 신고 접수를 우선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인 김모 씨(43)는 “눈이 오기만 하면 역 주변 보행로가 며칠씩이나 얼어있어 넘어질까 봐 걱정이었다”며 “사고 위험을 보다못해 주민센터에 민원을 넣으니 다음 날 염화칼슘 제설작업이 끝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하루면 되는 것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고 묻자, 주민센터에서 ‘일일이 모든 곳을 다 할 수 없어 신고 접수 지역 우선으로 제설작업을 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빙판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안전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게티이미지뱅크)

사고 예방은 개인 몫으로

겨울철 미끄러짐 사고 환자는 매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넘어지거나 부딪치는 등의 충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요추·골반 및 대퇴골 골절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가 약 2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눈 등이 얼어붙어 빙판이 생기는 12월에는 요추·골반의 골절 환자 수가 14만1193명으로 가장 많았고, 1월에는 대퇴골 골절 환자 수가 8만4275명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눈길 미끄러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자주 다니는 보행로와 도로 담당 행정기관에 제설 작업을 자주 민원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민원 요청 이후에도 제설작업이 안 되는 것도 대비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추운 날씨에는 근육이나 관절 등이 경직돼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길이 미끄러우면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쉽다. 외출하기 전에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근육 등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장갑을 껴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도록 한다.

신발은 등산화처럼 바닥 면이 넓고 지면과의 마찰력이 큰 것으로 선택한다. 눈길 덧신(아이젠)과 같은 등산 장비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빙판길을 걸을 때는 평소보다 보폭과 속도를 줄이고 응달진 곳은 우회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예년보다 기후 예측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관계기관은 다소 과하다 할 정도로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주말까지 강설과 한파가 예보된 만큼 국민께서도 내 집 앞 눈 치우기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주고 겨울철 건강관리와 안전관리에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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