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는 역행하는 것"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12일 한국재정학회와 금융학회에 따르면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1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정책과 개혁과제'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표자료를 통해 "이번 금융위기는 금융-산업 연계가 시스템 위기를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 준다"면서 "양자의 결합시 시스템 위험, 경제력 집중, 사금융화 등 단점이 있어 산업자본에 대한 은행지배 허용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위기로 각국은 중앙은행의 정책목표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거시건전성 감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중앙은행과 금융정책·감독기관 사이의 역할 분담과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또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레버리지(차입), 예대비율, 유동성 위험, 거래상대방 위험 등에 대한 보다 정교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장외 파생상품의 거래내역과 포지션 등에 대한 보고 의무와 위험관리 규제를 강화하고 장외 파생상품의 청산 및 결제를 집중화하기 위한 중앙청산소 설립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자본확충펀드에 대해 "대다수 은행이 자본건전성 기준을 충족한 상태에서 상당히 강제적 성격의 참여가 요구됐다"며 "은행별 재무건전성 차이를 무시한 무차별적 자본투입 압박은 도덕적 해이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은행의 자본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 뒤에 은행자본확충 펀드의 수용을 은행들에게 요구했는데, 이 두 가지 정책수단의 순서를 바꿨거나 동시에 사용했으면 저비용으로 자본확충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공적자금 투입과 그에 따라 발생하는 경영 자율성 훼손은 은행의 기업지배구조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보험사의 지급결제망 직접 참여에 대해서도 "고객 비용 및 불편이 늘고 시스템 붕괴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국내 보험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 등 감독 기능은 아직 후진적이며 이들의 재무건전성은 투명하지 않다"며 "비은행금융기관의 비중이 커지는 반면 규제는 낙후돼 있는 만큼 전반적 규제체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