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에 나선 가운데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방향이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1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앞서 금융위원회가 지난 8월 꾸린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내부통제 제도개선과 관련해 초안을 마련하고 현재 수정·보완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지난 14일 마련한 내부통제 제도개선 간담회에서도 금융권과 일부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금융사들은 명확하지 않은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방향을 두고는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크게 쟁점이 됐던 것은 △대표이사의 책임범위인 '중대금융사고'의 기준 △대표이사의 책임을 경감・면책해주는 인센티브 내용과 적용 방식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 명기 방식 등 3가지였다.
일단 중대금융사고의 기준과 인센티브 내용과 적용 방식 등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기준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기준을 제시하고 금융권의 의견을 청취해 수정·보완할 계획이다.
이번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 TF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할 수 없는 단계이나 미국과 영국의 사례 등을 참고했다"면서 "앞으로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 의견 조율을 통해 최종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의 범위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관련 경영자 및 임원의 역할과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책임문서와 책임지도를 마련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예컨대 CEO에게 새로운 업무나 서비스가 추가됐을 때 또는 신규고객, 금융상품의 판매가 현저히 증가했을 때 합리적인 수준에서 내부통제기준의 개정과 운영 프로세스 점검을 요청하고, 내부통제의 개선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회사가 책임문서와 책임지도를 마련하면, 다시 금융당국이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정책 불확실성을 커지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스스로가 내부통제의 적용범위, 권한과 책임구조 등에 대해 명확히 인식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지나친 개입이 또 다른 '관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계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내부통제 제도 개선안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일 경우 금융사들의 경영 활동을 옥죄는 또 다른 족쇄가 될 수 있다"면서 "명확한 기준으로 분명한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