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쓰레기매립장, 천연가스 ‘노다지’ 됐다

입력 2022-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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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관련 크레딧 챙길 수 있어
IRA 법안 통과로 세제혜택까지
석유 메이저·사모펀드 등 투자 잇달아...BP 41억 달러 베팅

▲아키아에너지의 재생가능천연가스(RNG) 관련 시설. 출처 아키아에너지 홈페이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올해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천연가스는 에너지 기업들의 알짜 사업이 되고 있다. 하지만 천연가스 추출로 수익만 뽑아 올리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쓰레기 매립장에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배출가스 절감 차원에서 폐기물을 활용한 발전 프로젝트에 미국 정부가 세금 우대 조치를 도입하면서 쓰레기 매립장이 가장 수익성이 높은 가스 생산처가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펜실베이니아주 키스톤 쓰레기 매립지다. 현재 이 매립지의 서쪽 경사면에는 가스 추출에 필요한 파이프나 분리막, 컴프레서가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쓰레기 산’에서 부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에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분리해 펜실베이니아주 북동부의 천연가스 공급망으로 보낸다. 즉 유기물 쓰레기로부터 추출한 메탄가스를 공정을 통해 재생가능천연가스(RNG)로 변환하는 것이다.

이른바 ‘프로젝트 아사이 (Project Assai)’로 불리는 이 가스 플랜트는 쓰레기를 연료로 하는 가스 생산 시설로는 최대 규모로, 매일 6만5000가구 이상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프로젝트 아사이 운영사인 재생에너지 업체 아키아에너지(Archaea Energy)는 미국 각지에 있는 쓰레기 매립지에 이러한 가스 플랜트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메탄은 방치하면 이산화탄소나 황화수소, 질소, 휘발성 유기 화합물과 결합해 대기 중에 흘러 들어가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가 된다. 그러나 메탄을 포집해 처리하면 ‘탄소 크레딧’을 벌 수 있고, 이를 정유업체나 석유 수입업체에 판매할 수 있다. 이에 최근 쓰레기 매립지와 함께 양돈장과 폐수처리시설도 RNG 관련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

쓰레기 매립장의 일일 생산량만 놓고 보면 대규모 셰일가스 유정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셰일가스처럼 매장량이나 채취량이 급속하게 감소할 걱정이 없고, 무엇보다 매립지를 활용해 생산된 가스에는 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한 ‘크레딧’이 부여된다. 이렇게 받은 크레딧은 별도로 거래할 수 있으며, 거래 가격은 기존 생산법으로 만들어진 천연가스 가격의 몇 배에 거래될 수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또한, 최근 기후변화와 세제·의료대책 등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세제 우대 조치가 있어 재생가능에너지로 분류되는 ‘바이오가스’ 사업자에게는 경제적 이점이 제공된다.

이에 석유 메이저 기업들은 물론 폐기물 처리업체, 사모펀드들이 발 빠르게 재생에너지에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 있는 BP 주유소 앞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석유기업 BP는 올해 10월 설립된 지 4년 된 아키아에너지를 41억 달러(약 95조3291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바이오 가스 사업과 관련한 베팅액 중 최대 규모다. BP가 아키아에 거는 기대감은 크다.

그도 그럴 것이 BP가 아키아 인수를 합의할 당시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100만BTU당 7달러대에, 메탄가스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크레딧가격은 약 33달러대에 거래됐다. 이는 아키아가 운영하는 프로젝트 아사이가 생산하는 RNG를 약 40달러로 판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국 석유 기업 셸도 지난주 유럽의 바이오가스 생산회사를 약 2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북미 최대 폐기물 처리업체인 웨이스트매니지먼트( Waste Management Inc.)는 자체 보유한 쓰레기 매립장에서의 가스 생산 사업을 위해 8억25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넥스테라에너지는 지난 10월 여러 쓰레기매립지 가스 생산시설에 총 11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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