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리는 주호영식 '훈수정치'...김종인 데자뷔

입력 2022-12-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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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이 쏘아올린 MZ세대 인기론
5선 중진의 훈수정치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거침없는 훈수로 당내 비판 일축
계파색 옅은 주호영, 여야 아우르던 김종인과도 닮은꼴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퇴임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감사패를 받으며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08. photo@newsis.com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쏘아 올린 ‘MZ세대 인기론’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여권 안팎에서는 주 원내대표를 향한 공개적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주 원내대표에게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상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거침없는 ‘훈수 정치’를 구사하던 김 전 위원장의 모습과 당권 주자들에 “성에 안 차지 않는다”는 작심 비판을 쏟아내는 주 원내대표가 묘하게 닮았다는 분위기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대구지역 언론인 모임 초청 토론회에서 “차기 당 대표는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대표여야 하고 공천에서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 공천을 해야 한다”며 “국회 지역구 의석 절반이 수도권인 만큼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당대표 요건을 구체적으로 말하면서 일명 “차기 당대표는 이래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무리 원내대표라도 전당대회 날짜도 안 잡힌 시점에서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면서 뭐라 할 이유가 없지 않나”고 말했다. 5선 중진의 훈수정치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이를 의식한 듯 동료 의원들이 가장 먼저 비판하고 나섰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내부 총질보다 더 나쁜 것이 내부 디스”라고 비난했다.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도 7일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될 말씀을 해서 우리 당의 모습만 자꾸 작아지게 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팔순의 원로 정치인’ 김 전 위원장도 도를 넘는 꾸짖음으로 당내 의원들의 미움을 샀다. 그는 지난해 5월 당을 떠난 뒤에도 “과거 정치와 인연이 없는 사람을 대표로 뽑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며 초선 당 대표론에 힘을 실었다. 당시 권영세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굉장히 불편하다”며 공개적으로 반감을 표출했다. 조경태 의원도 당대표 출마를 선언할 때 "그 분이(김종인 전 위원장) 향후 당에서 특별히 할 역할이 있겠냐"며 견제구를 날렸다.

주 원내대표가 ‘친윤 색채’ 등 계파색이 옅은 점도 김 전 위원장과 맞닿은 부분이다. 그는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으로 당이 내홍에 휩싸였을 때 권성동, 장제원 등 윤핵관 의원들은 물론 당내 다양한 의원들을 아우르며 당내 분란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인물로 꼽혔다. 지난 8월 이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언론 보도에도 '역시 주호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이러한 유연함은 당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방증한다. 정치권에서는 주 원내대표가 차기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할 수도 있고, 유승민 전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과 연대할 수 있다는 설이 돌고 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선거의 왕’이자 ‘철새’라는 상반된 별명을 가진 정치인이다. 그는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서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으며,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에는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여야를 넘나 드는 킹메이커답게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등 세 대통령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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