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단위 첫 노사합의…노사상생 모델 제시
SK그룹 노사가 범국가적으로 처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SK그룹은 그룹 창립 56주년을 맞아 8일 경기도 용인 SK아카데미에서 'SK 한마음 한뜻 대(大)선언식'을 갖고,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는 대신 고용안정에 노력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노사 상생에 합의했다.
이날 행사는 최태원 회장,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김신배 SK C&C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와 SK 주요 계열사 노조위원장·구성원 대표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그 동안 개별기업 노사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평화선언을 한 적은 있지만 그룹단위 전체 노사가 고통분담·고용안정 등을 합의한 것은 SK그룹이 처음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격려사를 통해 "한마음 한뜻 대선언을 통해 모두의 지속가능한 행복을 만들게 됐고,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힘을 키워내게 됐다"면서 "이제 그 힘과 믿음으로 더 자랑스럽고 행복한 SK를 만들어 갈 것이며, 구성원들에게 더 큰 행복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SK 노조위원장 대표인 SK증권 이주석 위원장은 "이번 대선언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실천과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는 조직원을 믿고 투자해야 하며, 조직원은 회사를 위해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오늘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미래지향적인 자세와 통 큰 화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한마음 한뜻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면서 "지나친 욕심과 조급함으로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기 보다는 더디 가더라도 단단한 SK만의 조직문화와 노사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합의한 사항은 ▲일자리 창출·유지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완수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나누기 위한 기업가치 지속적 창출 ▲성과에 따른 합리적 보상으로 업무몰입 여건 조성 ▲노조·구성원의 고통분담 및 회사의 고용안정 노력 ▲성숙된 노사관계를 SK 기업문화로 정착·발전 등 5개 조항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임직원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회피하는 내용의 고용안정에 노력하는 한편 구성원은 임금인상 자제 등의 고통분담에 적극 동참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SK그룹 전 임원들은 지난 2월부터 경영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솔선수범 차원에서 연봉 10~20%와 성과급 일부를 반납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마련한 100억원을 재원으로 SK그룹 협력업체의 상생인턴 1800명을 선발, 운영하고 있다.
임원들에 이어 계열사 직원들의 임금 동결 및 반납 등 구체적인 고통 분담 방안들도 시행되고 있다. SKC의 직원들은 연봉 10%를, SK에너지 직원들은 연봉 5% 또는 금년도 호봉 승급분을 반납하기로 했다.
SK 노사는 현재와 같은 경영위기 때에는 구성원이 임금인상을 자제하거나 반납하는 등의 고통을 분담하는 대신, 높은 경영성과를 달성했을 때에는 성과연동에 따른 보상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SK 노사는 한마음 한뜻 대선언의 합의 정신하에 선진화된 노사문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이번 대선언의 취지와 의미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SKMS에 반영해 창립 이래 지속돼 온 무분규의 노사화합 정신을 SK그룹의 기업문화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김세대 SK㈜ 기업문화부문장은 "그룹 창립 56주년 기념일에 맞춰 노사가 화합을 선언한 것은 SK그룹이 창립 이후 숱한 위기와 역경을 극복해온 것처럼 현재의 위기도 노사가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면서 "앞으로도 건전하고 성숙하면서도 강한 노사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