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사원 예산 100억 삭감…"개선 동력 잃을까 우려"

입력 2022-11-23 16:41수정 2022-11-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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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 상임위에서 출연금 삭감
돌봄종사자 급여 지급만 해도 5개월 후 운영 불가
“예산 수복의 길 찾기 위해 시의회·노조 대화할 것”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는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집무실에서 "내년 예산 100억 원이 삭감됐다.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를 개선해 나가려는 동력과 명분을 잃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내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예산이 출연금 요구액 168억 원 중 100억 원이 삭감돼 68억 원으로 결정됐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서사원이 출연금으로 요구한 168억 원 중 100억 원을 삭감하는 것으로 심의했다. 시의회에서 최종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서울시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서사원의 내년 예산은 68억 원이 된다. 지난해 출연금 200억 원, 올해 189억 원에서 훨씬 줄어든 규모다. 앞으로 서사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사원은 서울 시민에게 돌봄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9년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서울 시내에 12개의 종합재개센터를 통해 장기요양서비스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현재 249명의 돌봄종사자가 소속돼 있다.

황정일 서사원 대표는 이날 이투데이와 만나 “현재 시의회에서 삭감한 예산안대로라면 돌봄종사자를 비롯한 직원 월급만 준다고 가정해도 5개월 후 문을 닫아야 한다”며 “서사원의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개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초 서사원은 서울시에 출연금 210억 원을 책정해 제출했으나, 신규로 진행할 종합재가센터 통합 사업 등 약 42억 원이 삭감됐다. 현시기에 신규로 사업을 진행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서울시의회로 넘어가 최종적으로 100억 원이 더 삭감된 68억 원으로 편성됐다.

황 대표는 “서울시에서는 사업마다 예산을 조정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시의회에서 단 1분의 소명 기회도 받지 못한 채 100억 원을 삭감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사회서비스원 운영은 많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문을 닫으라는 메시지가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그는 “시의회가 법적 권한을 가졌다고 다른 생각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민주주의는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또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어떤 사업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설명도 없었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어 돌봄 서비스 수요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황 대표는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돌봄 서비스 수요는 점점 많아질 것”이라며 “맞벌이부부도 늘어나면서 아동도 마찬가지고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의 질을 높이자는 사회서비스원의 취지에 100%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황 대표는 현재 서사원의 기능에는 개선할 문제점이 많다고 봤다. 황 대표는 “서사원 종사자들은 일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서비스 시간에 관계없이 월 225만 원을 받는다”라며 “시급제인 민간에서는 하루 8시간 25일 이상 서비스를 제공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2021년도 노인장기요양 통계연보에 따르면 서울의 요양보호사(8만7312명), 장애인활동지원사(1만8789명)는 총 10만6101명이다. 서사원 종사자는 관리자를 제외하면 현재 249명이다. 황 대표는 “0.23%의 처우는 개선됐지만 서비스의 질을 거론하기는 민망한 수준이다. 나머지 99.7%의 민간 돌봄종사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애초 서사원이 설립 당시에 세웠던 목적인 전체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전체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것에서 어긋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같은 구조를 개선하려는 과정에서 예산 삭감으로 인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는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집무실에서 "내년 예산 100억 원이 삭감됐다.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를 개선해 나가려는 동력과 명분을 잃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최근 제1노조인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과 단체 협약 해지 관련해서 황 대표는 “노조와 11번의 실무교섭을 했고 3번의 화해 조정을 거쳤다. 단체협약 해지로 노조활동에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단협해지와 임금 삭감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서사원 예산 삭감으로 인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임시장 지우기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 황 대표는 “서사원은 2019년부터 문제가 제기됐고 2020년 설립 예정된 일부 시설이 축소 변경됐다. 모두 오 시장 취임 전 일”이라며 “오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취임 때부터 문제 의식을 가지고 개선하려 노력했다. 현재의 잘못된 구조하에서 운영되는 것은 세금낭비라고 생각한다”며 “노력하기 위해 적어도 앞으로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황 대표는 “예산 삭감으로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를 개선해 나가려는 동력과 명분 잃을까 걱정된다. 조직을 혁신하려면 직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라며 “예산 수복의 길을 찾기 위해 시의회·노조와 대화하는 등 백방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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