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사모펀드 분쟁, 마침표 보이지만...사모펀드 ‘끝 모를 추락’

입력 2022-11-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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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데인 경험 있는 고객들, 두 번 안 해”
신규 사모펀드 수, 9월 153개→10월 96개→11월 42개
고금리 시기...저금리에 두드러지던 금리 매력 떨어져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자금 금리↑...6%까지

▲금융정의연대와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대위 내 라임펀드 피해자연합은 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감독원 분조위는 사기판매한 라임펀드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전액 반환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사진제공 금융정의연대

독일 헤리티지 펀드 분쟁조정 결론이 3년 만에 완료될 것으로 보이며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이번 분쟁까지 종결되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이탈리아 헬스케어까지 이른바 ‘5대 사모펀드’ 사건의 피해 구제 절차가 마무리된다. 그러나 전액 배상 결정이 나오더라도 분쟁 조정 기간 동안 위축된 사모펀드 업계의 불신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개인들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2019년 9월 말(25조7148억)보다 약 27% 감소한 18조708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9월 말(17조8309억 원)과 유사한 수치로, 약 5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신규 사모펀드 수도 지난달 96개에서 이번 달 42개까지 56% 감소해 역대 월별 기준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9월(153개)에 비해서는 72% 내려앉아 3개월 연속 큰 폭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월별 신규 사모펀드 수는 200개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6월 신규 사모펀드 수는 올해 들어 최대인 190개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월별 최대(2월, 232개)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신규 설정액 규모도 내림세다. 사모펀드 신규 설정액은 2019년 110조6070억에서 2020년 63조709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이후 △2021년(62조1733억 원) △2022년(48조152억 원)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개인과 법인을 더한 전체 사모펀드 판매 추이는 늘어나고 있지만, 개인과 법인 일반의 판매 잔고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9월 3.87%에 달했던 개인들의 판매 비중은 올해 9월 3.41%로 0.5%포인트가량 감소했다. 2019년 9월 말(6.58%)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라임·옵티머스 등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후 결론이 나오고도 사모펀드 시장의 불신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라임 펀드, 옵티머스 펀드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로 판매사들이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 A씨는 “비교적 괜찮은 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출시해도 고객들 사이에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 좋아졌다”라며 “사모펀드 분쟁 조정 기간이 길어지면서 돈을 못 받는 상태가 이어지다 보니 한 번 데인 경험이 있는 고객들은 안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중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사모펀드의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의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도곡센터 부장 PB는 “요즘에는 예금만 해도 5%대, 한전채가 5%대 후반 금리이다보니까 굳이 불확실한 사모펀드에 투자할 만큼 매력이 없어졌다”라며 “11월 금통위 이후로 금리가 3%를 넘기면 예금 금리가 더 올라갈텐데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사모펀드가 좋은 거든, 나쁜 거든, 안 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특히 지난 9월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단기자금시장의 금리가 급격히 오른 것도 사모펀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김 부장은 “레고랜드 사태의 영향이 컸다. 이후 시중 금리가 많이 올라갔고, 우량한 회사채 단기물은 6%까지 가능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모펀드 시장은 지난 10월부터 큰 폭 감소세를 나타냈다. 10월 사모펀드 신규 설정액(설정 원본)은 직전달(2조4280억 원)에 비해 76% 내려앉은 5725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자 독일 헤리티지펀드 분쟁이 종결돼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사모펀드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A씨는 “알다시피 시장에서 사모펀드 이슈가 잇따라 터지다 보니 발행 자체가 많이 줄었다. 예전처럼 사모펀드가 구조화해서 나오지도 않고 일반 펀드보다는 ETF시장으로 활성화되면서, 고객들의 관심도 이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모펀드의 역기능도 있지만, 긍정적 기능도 있다. 2015년, 2018년에는 금융당국의 활성화 정책에 불법 사모펀드가 많이 늘어났던 것”이라며 “사모펀드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면서 동시에 관리감독이 투명하지 않아 부당한 부분은 자율규제, 투자자 보호와 같은 방식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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