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직전 전자발찌 끊고 도망간 ‘라임’ 김봉현…중국 밀항 시도 정황

입력 2022-11-1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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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김봉현, 재판 1시간 30분 전 전자발찌 끊고 도주
중국 밀항 시도 정황…법원, 뒤늦게 보석 취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9월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추가 혐의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1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봉현 전 회장은 이날 오후 결심공판을 1시간 30분 앞둔 오후 1시 30분경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부근에서 전자장치를 끊었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 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리고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해 7월 보석 석방됐다.

조건은 보증금 3억 원과 주거제한, 도주 방지를 위한 전자장치 부착 등이었다. 김 전 회장은 주거제한만 있고 외출은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전자장치를 훼손했을 때 처벌할 근거도 없어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앞서 검찰은 불구속 재판을 받는 김 전 회장이 중형에 대한 우려 때문에 도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그의 신병 확보를 세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지난 9월 14일 서울남부지검은 비상장 주식과 관련한 91억 원대 사기 혐의로 김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한 차례 불출석하자 도주를 우려해 같은 달 20일 구인영장도 집행했다.

법원은 같은 날 김 전 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보석 이후 1년 넘는 기간 재판에 출석하면서 보석 조건을 위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어 검찰은 김 전 회장과 함께 수감 생활을 한 이들로부터 그가 중국 밀항을 준비하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지난달 7일 구속영장을 재차 청구했다. 그러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차례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검찰은 보석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지난달 26일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또 지난달 21일 김 전 회장이 밀항 준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대포폰에 대해서도 통신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같은 날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도주 사실이 알려진 후 보석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미 김 전 회장이 종적을 감춘 뒤였다.

문제는 현행법상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풀려난 피고인이 보석 중에 전자장치를 훼손하고 도주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 부착법)은 피부착자가 전자장치를 끊으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 조항은 성폭력·살인·강도·유괴 등 특정 강력범죄를 저질렀다가 전자장치를 차고 석방된 경우 적용될 뿐 전자보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해석이다.

한편 김 전 회장의 도주로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재판은 다음 달 6일로 연기됐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10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수원여객 자금 241억 원, 라임이 투자한 스타모빌리티 자금 400여억 원, 향군상조회 인수 후 향군상조회 보유자산 377억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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