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옥한 땅이었으면 좋으련만

입력 2022-1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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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유진의 기자
"비옥한 땅이었으면 좋으련만…"

지인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은연중에 나온 말이다. 기업이 경영을 하고, 국민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좀 더 좋았더라면 어땠을까. 지원과 대처가 괜찮았더라면 그나마 덜하진 않았을까.

지난 9월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냉천이 범람했다. 포스코를 비롯한 주요 철강사들은 침수피해로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나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대비하기조차, 대비해도 막기 힘든 자연재해였다.

초유의 사태였기 때문이었을까. 철강사들의 대응은 부족했다. 제철소를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언제 복구될지 모른다.

철강재는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하다. 쌀은 비옥한 땅이 필요하다. 제철소 정상 가동이 시급한데 정부는 이번 피해에 대한 기업의 과오부터 찾고 있다.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조사를 벌인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수해까지 입은 철강사들의 피해 복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도 모자를 판에 울고 있는 아이의 뺨을 한 대 더 치는 것과 같다. 기업이 뿌리내린 땅이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다. 책임 소재는 피해 복구가 어느 정도 된 이후에 따져봐도 된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한복판에서 156명이 숨진 비극적인 '이태원 참사'는 우리나라가 과연 안전한 삶의 터전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화를 키웠다.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경찰에 걸려온 신고 전화만이라도 잘 대처했다면 어땠을까. 막을 수 있었고,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다.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 국민을 섬기지 않는 나라가 안쓰럽기만 하다. 기업과 '원팀'으로 힘을 합쳐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내는 국가가 필요하다. 국가의 존재 가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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