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정체성ㆍ尹 관심사 기준 우선과제 20개 선정
이태원 참사 계기로 재난안전 관리체계 선진화 포함
각계 불만 우려해 비공개…"애초 110개 불어난 것도 이해관계 때문"
총선 1년 앞둔 與도 "우선과제 발표해 구태여 갈등 만들지 말아야"
다만 대통령실 일각 "다수 의석 필요하다는 이유 대려면 공개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10대 국정과제 중 20개를 추려 ‘우선과제’로 선정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국회로 공이 넘어간 ‘병사 월급 200만 원’과 ‘부모 급여’가 빠지고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선진화된 재난안전 관리체계 구축’이 새로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다만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20개 우선과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에 부치기로 했다.
용산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에게 매번 110개 국정과제를 백화점식으로 보고할 수 없어서 정권의 정체성과 관련됐거나 윤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는 것을 위주로 20개를 뽑아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완결된 건 우선과제에서 제외하고 부진한 것들을 채워 넣어 세게 점검하는 방식”이라며 “윤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던 병사 월급 200만 원 인상과 부모급여는 예산을 짜 국회로 넘어갔으니 빠지고 이태원 사고를 계기로 재난안전시스템 개선을 새로 넣었다”고 설명했다.
예산안이나 법안을 국회에 넘기는 등 정부의 손을 떠난 국정과제는 완결됐다고 여겨 우선과제에서 제외시키고, 이태원 참사와 같은 현안을 고려해 새로 우선과제에 추가시켜 신속한 국정과제 추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다만 병사월급 인상 및 부모급여 제외와 재난안전 관리체계 포함 등 최근 동향 외에 우선 국정과제에 대해선 비공개로 부치고 있는데, 지역 및 각계각층의 불만과 갈등이 우려된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20개 우선 국정과제는 발표하진 않는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국정과제들에 대해 말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애초 국정과제를 20개만 마련하려 했지만 110개나 된 이유도 각계각층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한 두 꼭지씩 들이다 보니 불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당에서도 공감하는 바다. 총선을 불과 1년여 앞둬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선거 준비에 돌입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어차피 선거 막판이 되면 가덕도신공항처럼 여야에서 표심을 얻기 위한 정책이슈를 만들 텐데, 대통령실이 우선 국정과제를 내 구태여 일찍부터 갈등을 만들어선 안 된다”며 “그렇다고 노동개혁 등 거대담론만 내세우면 선거에 영향을 끼칠 만한 파급력이 없을 것이라 정부는 묵묵히 제 일만 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을 위해서라도 우선 국정과제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내부에서 나온다. 비전을 보여줘야 표심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여당이 다수 의석을 가져가야 하는 납득될 만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며 “입법이 필요한 국정과제들을 위주로 핵심과제들을 내세우면서 이것들을 이루기 위해 의석이 필요하다고 국민들께 호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되는 내년 초에는 총선 이후 속도를 낼 핵심과제들을 내세워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