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심사관용 특허검색도구의 개방

입력 2022-1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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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서던 블랏(southern blot)이라는 생물학 실험방법이 있다. ‘남쪽 얼룩’이라는 뜻이 아니라 특정 DNA 서열을 검출하는 기법으로, 이를 개발한 에드윈 서던(Edwin Southern)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러자 코로나19 이후로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RNA 검출기법에 노던 블랏(northern blot), 단백질 검출기법에는 웨스턴 블랏(western blot), 그리고 단백질 변형 검출에는 이스턴 블랏(Eastern Blo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언어유희(pun)라 불리는 학자들의 말놀이다.

미국에서는 공무원도 말놀이를 즐기는지 미국 특허상표청에서 심사관이 보는 특허 검색도구도 동쪽과 서쪽이란 말로 약어를 만들었다. 공개 특허에 대한 심사관 검색 도구로 미국 특허상표청 내부에서만 이용이 가능했던 PubEAST(Public-Examiner’s Automated Search Tool)가 있었고, 역시 심사관의 웹 기반 검색도구였던 PubWEST(Public-Web-based Examiner’s Search Tool)가 있었다. 펍(pub)에는 술집이란 뜻도 있으니 마치 동쪽 술집이나 서쪽 술집 같은 이름으로 불린 셈이었다.

최근 미국 특허상표청은 이렇게 심사관만 볼 수 있었던 동쪽과 서쪽 검색도구를 일반인용 특허 검색도구와 통합해 PPUBS라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방했다. 심사관만 갈 수 있던 동쪽, 서쪽 술집에 누구나 들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래야 발명자나 변리사가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선행기술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이미 출원되거나 등록된 특허기술을 중복 연구하거나 중복 출원하는 낭비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에도 특허청이 일반에 제공하는 특허정보넷 키프리스(KIPRIS)와 특허청 심사관 전용 검색도구인 KOMPASS가 있다. 이 둘을 통합하여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 키프리스에 부족한 기능, 특히 외국특허 검색에서 아쉬운 점을 강화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미국의 PPUBS는 미국 특허만 공개하지만 미국으로는 전 세계의 주요 특허가 거의 출원된다. 미국에서야 영어사전만으로 충분하지만 우리는 국어사전과 함께 영어사전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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