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발 ‘크레딧 다운']①“벼랑끝에 섰다”...도미노 신용강등 늪에 빠져드나

입력 2022-11-01 14:24수정 2022-11-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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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에 위치한 레고랜드의 모습. 뉴시스

치솟는 금리와 경기침체 공포속에 부동산PF사태가 겹치면서 신용강등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등급이 악화한 기업 실적과 침체한 자금 조달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연말 이후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 3사의 상반기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은 일제히 상승했다. 한국기업평가의 신용 상하향 배율은 지난해 6월 0.74배에서 올해 6월 1.75배로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의 신용 상하향 배율도 각각 0.48배 → 0.67배, 0.4배 → 1.25배로 늘었다.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은 등급 상향조정 기업 수를 하향조정 기업 수로 나눈 값으로, 0에 가까울수록 신용등급의 상향보다는 하향 조정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는 뜻이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9월 당시 연간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한기평 기준)은 15배로 20년 내 가장 높았다. 그러나 1년 만에 0.3배로 떨어지며 대규모 기업 신용등급 하락 사태가 벌어졌다. 현재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는 견해가 많다. 상반기 신용등급은 상향 우위를 기록했지만, 악화한 기업 실적과 돈맥경화 현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추후 신용 강등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 172곳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총합은 50조2040억 원으로 한 달 전(54조6720억 원)보다 8%가량 줄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코스피 상장사 부채규모도 874조6833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5.02%(41조8051억 원)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73.83%로 1.16%p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4분기 경기상황도 암울해 연간기준으로 실적이 줄어드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평사들의 워치리스트(등급전망)도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한기평의 등급전망 분포를 보면 부정적 전망 부여 업체는 19곳으로 긍정(12곳)을 앞서며, 연초 대비 부정적 전망 우위로 전환됐다. 한신평도 부정적(25곳)이 긍정적(19곳)을 웃돌았고, 나신평은 긍정적 15곳, 부정적 12곳이었다.

하반기 들어 국내 주요기업들의 신용 이슈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기로 한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는 차입부담 증가 우려에 신평사들이 눈여겨 보는 요주의 기업이 됐다. 나신평은 롯데케미칼에 “차입 부담이 증가해 현재의 신용등급(AA+)에 부합하는 재무 지표를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신용등급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올렸다. 한기평도 “연말까지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과 업황 등 전반적인 대응력을 모니터링한 후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신평은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지원을 위해 단기자금 지출(유상증자·자금대여)을 결정하면서 신용도 하향압력이 가중됐다”고 평가했다.

한기평 관계자는 “6월 말 등급전망 부여 현황과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상승 우위 강도는 약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높은 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 지연,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및 유동성 축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정부의 봉쇄정책 등으로 경기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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