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지수 8~10%p 상승하면 S&P500 기업 EPS 1%p 감소”
수요에 영향 줄 수 있어 우려 가중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3분기 미국 기업 순이익이 100억 달러(약 14조 원) 이상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강달러는 어린이 장난감부터 담배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조업체에 타격을 입히며 올해 들어 미국 기업 이익을 잠식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의 잭 캐프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현 상황이 통화 환산 문제인지, 수요 문제인지를 명확하게 하려 한다”며 “이 문제는 지난 수년간 논의 대상이 아니었던 만큼 이제 기업이 실적을 재조정하는 불행한 시기가 드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산 문제는 달러 가치가 치솟은 상태에서 재무제표상의 외화 매출을 달러로 환산할 때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에 거점을 두거나 해외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경우 큰 손실을 보게 된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조너선 골럽 주식전략책임자는 “달러지수가 8~10%포인트(p) 상승할 때마다 S&P500 기업의 전체 주당순이익(EPS)은 1%p 감소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지수는 15% 이상 상승했다.
더 큰 문제는 달러 이외 통화로 제품을 만들고 파는 경쟁업체들이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보임에 따라 미국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수요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을 비교했다. 두 곳 모두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MS의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가격을 현지 통화로, 아마존은 같은 서비스인 ‘AWS’ 가격을 달러로 가격을 책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워커 매니저는 “통화 편차가 이렇게 큰 상황에서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한 MS는 큰 경쟁 우위를 보일 것”이라며 “반면 아마존은 사실상 고객들에게 가격을 올리고 있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FT는 “강달러는 미국 금리의 급속한 상승에 고무됐다”며 “투자자들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둔화에 베팅하면서 달러 가치는 9월 말 고점에서 내려왔지만,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낮추기 전까지 의미 있는 달러 약세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지난주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남은 기간 강달러가 우리 사업에 미치는 충격이 더 커질 것”이라며 “환율이 이번 분기 매출에 미칠 영향이 10%에 다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