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 공공분양 등 저소득 청년들에겐 '남 얘기'
27일 국무조정실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청년정책 심의·조정기구인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민간위원 20명 중 18명(2명 유임)을 새로 위촉했다. 총 민간위원 20명 중 20·30대는 18명이다. 그런데, 출신·직업 분포를 보면 기업인 출신이 6명, 협회·단체인 출신은 5명, 전문직은 4명이었다. 임금근로자 출신은 1명에 불과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취업 유경험 청년(15~34세)의 97.1%는 첫 일자리가 임금근로자였지만, 위원회는 기업인·전문직 등 ‘엘리트’들이 꿰찼다.
위원회 구성에서 임금근로자, 지방대·전문대 출신 등이 배제된 데 대해 국조실 관계자는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청년정책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또는 ‘청년단체 대표 등 청년을 대표하는 사람’을 민간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능력에 따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구성된 위원회의 첫 심의·보고 안건은 26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청년정책 추진계획’,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 호 공급계획’ 등이다. 취업서비스 공급주체를 공공에서 민간으로 전환하고,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돕는 청년도약계좌를 신설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되 공공분양주택 공급을 늘리는 게 골자다.
상당수 정책은 위원회 구성처럼 평범한 청년들과 거리가 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4세 3명 중 2명은 첫 일자리의 월평균 임금이 200만 원도 안 됐다. 이 월급으로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해 월 40만~70만 원을 저축하면서 주택을 분양받아 원리금을 갚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저자산·저소득·저스펙 청년들은 정부의 저비용 취업서비스 축소로 ‘스펙 쌓을 기회’를 잃고, 공공임대주택 축소로 주거비는 늘고 처분가능소득이 줄어 ‘내 집 마련’이 더 어렵게 됐다.
경제적으로만 본다면 이 같은 정책은 ‘가성비’가 좋다. 정책목표 달성도를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목표 달성이 어려운 대상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청년이 대기업·공기업·공무원 취업과 내 집 마련을 꿈꾸면 실업자 증가, 빚투(빚내서 투자), 소비 위축 같은 역효과가 난다. 목표 달성이 어려운 사람에겐 꿈을 접도록 유도하는 게 돈을 아끼고 목표 달성도를 높이는 길이다. 마침 청년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위원회의 구성원들은 목표 달성이 용이한 엘리트들이다.
물론, 정부가 이 같은 생각으로 청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순수한 의도에서 출발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