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증가세 지속...일각에선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이는 정유업계의 경우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 들어 1~2월 두 달간 예상 밖으로 석유제품 수출량이 늘었으며 석유화학업계도 중국 정부의 내수부양 정책에 힘입어 공장 가동률을 100% 가까이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불안한 기쁨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5160만2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5% 증가했다.
특히 월별 수출량을 보면 1월 2500만800배럴, 2월 2659만4000배럴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수출량 증가는 정유사들의 수익성 개선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과 2월 정제마진이 배럴당 0.58달러, -0.75달러로 작년 전체 평균 정제마진인 -2.55달러보다 높았던 덕분이다.
정제마진이 높으면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제품을 만들어 파는 정유사는 그만큼 많은 이익을 얻는다.
또한, 지난해 휘발유와 원유가격이 뒤집히는 역전현상도 올해 들어 휘발유가 10달러 이상 원유가격을 꾸준히 앞지르는 등 지난해와 비교해 정제마진을 일정 정도 회복한 점도 정유업계 수출의 질을 높이는데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당초 수요 감소로 수출물량이 예년에 비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올해 들어 꾸준히 석유제품의 수출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3월 수출물량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나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선행지표인 석유화학업체도 최근 공장가동률을 100%로 끌어 올리면서 석유화학경기가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여수산단에 입주해 있는 20여개 석유화학업체들의 지난 2월말 평균 가동률은 86.4%였다. 이는 실물경기 악화로 공장 가동률이 최근 5년 내에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 79%에 비해 7%p 상승한 것이다.
특히 여천NCC, LG화학, 삼성토탈, 호남석유화학 등이 최근 가동률을 100%로 높였다. 금호석유화학은 90%선, SK에너지 석유화학공장도 80% 수준의 높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중국의 수요회복이 예상보다 빨라 공장가동률을 높였다"면서 "당초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내수부양 정책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석유화학제품 실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당초 적자가 예상됐던 석유화학업체들의 올 1분기 실적 역시 대부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세계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4분기부터 급격히 떨어졌던 정유 및 석유화학업종의 경기가 다소 회복국면에 진입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업종회복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2분기 또는 3분기가 지나봐야 알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 내수부양 정책에 힙입어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인도 등을 중심으로 한 공급물량 확대와 함께 확실성 있게 전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정유사의 고도화설비가 추가되면서 경질유 생산에 따른 수출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아직 바닥을 찍었다고 하기에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세계적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늘지 않은 상황에서 인도 릴라이언스 등 공급물량 확대가 예상돼 경쟁력 약화가 예상되는 만큼 고품질 제품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평중 석유화학공업협회 본부장도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매월 물량이 30% 증가했다"며 "그러나 불안한 기쁨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올해 3분기 이후에나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또 "수요측면에서 불안하지만 조금씩 살아나는 상황"이라며 "다만 2분기부터 중국, 인도 등에서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본격화할 경우 국내 석유화학업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