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조, 모두 파업 가결…사측 '압박카드'로 사용할 듯

입력 2022-10-2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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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파업보다 노조 주도권 갖기 위한 단계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7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현대빌딩 앞에서 열린 공동요구안 전달식 및 승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수주 호황기에 접어든 현대중공업그룹이 '노조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난항을 이유로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노조 측에서는 사 측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를 손에 넣게 됐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모두 파업을 가결했다.

이날 현대중공업 노조는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7776명) 중 5224명(67.2%)이 투표하고, 4912명(재적 대비 63.2%)이 찬성했다. 현대미포조선 노조(재적 대비 71.9%)와 현대삼호중공업 노조(재적 대비 73.8%)도 파업을 가결했다.

이들 노조는 이번에 처음으로 파업 찬반투표 일정을 맞춰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동시에 투표를 진행했다.

노조 집행부는 향후 정책회의를 열고 공동 파업 여부와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노조는 "올해 사 측과 상견례 이후 21차례 교섭을 가졌지만, 아직 어떤 제시안도 없이 검토 중이라는 말만 하고 있다"며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단체행동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노사는 지난 7월 19일 올해 임단협 상견례 이후 석 달여간 20차례가 넘는 본교섭을 가졌다. 하지만 임금성 부분과 단체교섭 주요 안건의 견해차로 교섭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올해 삼호중공업과 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3사와 함께한 공동요구안에는 기본급 14만2300원(호봉승급분 제외), 호봉승급분 1만2000원 인상, 연간 복지포인트, 주유권 각 30만 원 지급, 사내근로복지기금 50억 출연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외에도 정년연장(국민연금 수급과 연동), 신규채용(전년 정년퇴직자 기준),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 그룹사 복지 확대, 임금피크제 폐지 등 12가지 안건이 담겨있다.

다만 노조가 파업권을 획득했음에도 섣불리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찬반투표는 파업을 위한 것 보다, 사 측과 논의 과정에서 노조가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며 "현재 조선업계 업황이 좋아지고 있으므로 완전히 경색 국면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의 파업은 마지막 최후의 카드"라며 "파업을 하기에는 현재 쌓여있는 수주 물량도 많아 노조 역시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실적이 곧 나올 텐데, 분명히 좋게 나올 것"이라며 "업황이 좋아지다 보니 노조 측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당연히 많아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조선업계는 노사관계가 업황 분위기에 따라 좌우되는데, 회사가 어려울 땐 당연히 노사 관계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고, 이제 업황이 조금씩 좋아지다 보니 노조에서도 요구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찬반투표는) 파업을 위한 것보다는 사 측과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기 위한 단계"라며 "하지만 아직 사 측에서 이렇다 할 제안을 내놓지 않고 있으므로 파업에 돌입할 의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교섭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만큼 대화를 통해 올해 단체교섭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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