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시공단, 커지는 미청구공사액…연쇄부실 불러올까?

입력 2022-10-2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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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이날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이 약 6개월 만에 재개됐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6개월 만에 재개됐지만 시공사업단(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의 미청구공사액은 1조 원이 넘으며 기업들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해법은 일반 분양이 이뤄지는 것인데 분양가 조율 등이 쉽지 않아 향후 추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시공사업단 4곳이 설정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미청구공사액은 총 1조165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9629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 새 2024억 원 늘었다.

건설사별로 보면 같은 기간 시공단장사인 현대건설 612억 원(2592억 원→3204억 원), 대우건설 577억 원(2014억 원→2591억 원), HDC현대산업개발 558억 원(2701억 원→3259억 원), 롯데건설 277억 원(2322억 원→2599억 원) 순으로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했다.

미청구공사액은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발주처(시행사·조합)에 청구하지 못한 돈이다. 재건축 공사대금은 일반적으로 착공과는 상관없이 일반분양을 시행한 뒤 들어온 수익으로 지급한다. 다시 말해 일반분양을 하기 전까지는 건설사들이 공사대금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둔촌주공의 경우 일반분양이 미뤄지며 시공사들이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동안 원자잿값이 치솟는 등의 악재가 이어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올해 상반기 중 일반분양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공사비 증액 문제로 시공사업단과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 4월 공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미청구공사액 증가는 건설사 재무구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건설사가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미청구공사액이 늘어나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건설은 지난 18일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데 이어 롯데케미칼로부터 석달을 기한으로 5000억 원을 빌렸다. 공사 자금이 원활하게 흐르기 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뜻이지만 시장에서는 롯데건설 디폴트(채무불이행)설까지 불거지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의 PF 우발부채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청담삼익 재건축사업 등 대형 개발사업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면서도 “내년 상반기에 분양을 앞두고 있어 곧 해소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7일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합의를 통해 6개월간 멈췄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다시 시작되면서 내년부터는 시공사업단의 재무 위험성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은 내년 초 일반분양을 계획하고 있으며 정당계약이 완료된 후 분양금이 차례로 들어오면 시공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분양시장이 완전히 가라앉은데다, 둔촌주공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3.3㎡당 3700만 원대로 책정될 경우 전용면적 59㎡의 분양가도 9억 원을 넘어 청약을 받은 사람은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분양 성공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은 계속 사업비가 오르면서 결국 일반분양가가 오를 수 밖에 없는데 지자체에서 승인이 날지도 미지수"라며 "제때 일반분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설사들의 재무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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