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뚫었는데…서울시 2030 공무원, 최근 5년간 866명 그만뒀다

입력 2022-10-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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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21년 매년 평균 170여 명 20~30대 공무원 사표
치열한 경쟁 뚫고도 적은 월급·코로나 격무에 공직 떠나
최근 서울시 조직문화 개선 TF 출범해 변화 꾀하기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 전경 (사진제공=서울시)

# A 씨는 월 300만 원을 받던 직장을 그만두고 올해 서울시 공무원이 됐다.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직업을 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는 막상 공무원이 된 후 실망감이 몰려왔다. 월급은 초과 수당을 받아야만 한 달에 200만 원 가까이 받을 수 있었다. 직장이 멀어 서울에 집을 구하려 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 반복됐다.

최근 5년간 스스로 공직을 떠난 서울시 20~30대 공무원들이 86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늘구멍' 같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직한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에 등을 돌리는 것이다. 이들은 최저임금보다 못한 급여 수준과 과도한 업무량, 경직된 조직 문화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같은 상황에 서울시도 조직문화 개선 TF를 출범해 분위기 변화를 꾀하고 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스스로 사표를 내고 공직을 그만두는 '의원면직'을 신청한 20~30대 공무원은 866명에 이른다. 연도별로 △2017년 131명 △2018년 170명 △2019년 157명 △2020년 197명 △2021년 211명이다. 서울시 본청과 25개 자치구에서 매년 평균 170여 명의 젊은 공무원들이 떠난 셈이다.

특히 지난해 자발적으로 퇴직한 20~30대 공무원 규모는 2017년에 비해 61%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50대 퇴직자가 48.4% 늘어난 것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최근 5년간 서울시에 신규 임용된 2030 공무원과 임용 5년 이내 퇴사한 2030 공무원 현황. (자료제공=서울시)

청년 공무원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직 생활의 첫 단계를 밟고 있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지난해 마지막으로 치러진 시 공무원임용시험은 평균 50.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낮은 연봉, 과도한 업무 부담, 경직된 조직 문화 등의 문제로 공직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이 공개한 공무원 봉급표를 보면, 9급 공무원 1호봉 월 기본급은 세전 168만6500만 원이다. 7급 공무원은 이보다 7만 원 정도 많은 175만 원 내외로 파악됐다. 서공노 관계자는 “공무원 보수는 2018년 이후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공무원의 장점인 워라밸이나 안정적인 면모를 보고 들어왔을 텐데 그렇지 않은 부서가 더 많다”며 “비 오면 나가고, 눈 오면 나가는 소위 비상 걸리는 업무가 빈번하다는 걸 실제 일하다가 깨닫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을 응대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해마다 서울시 공무원 경쟁률 하락에 공직 이탈 가속화…시 “조직문화 개선 TF 가동”

▲6일 서울 종로구청 여권민원과를 찾은 시민들이 여권 민원업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년 퇴사 비율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신규 임용된 20~30대 공무원 대비 퇴사한 비율을 따져보면 △5.5%(2017년) △5.6%(2018년) △4.5%(2019년) △9.4%(2020년) △7.1%(2021년)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특수한 상황을 겪으면서 젊은 공무원들이 격무에 시달린 것도 이유로 꼽힌다.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담당자 본연의 업무 외 선별진료소 파견, 역학조사, 현장방역 등 지원 근무까지 더해지면서 업무 과다에 시달렸다”며 “어렵게 공부해서 공직사회에 들어왔지만, 업무 강도에 비해 보수도 턱없이 적다 보니 평생직장으로 삼아야 할지 고민스럽다”라고 털어놨다.

신용수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젊은 공무원이 나가는 거나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떨어지는 건 큰 문제로 비칠 수 있다”라며 “시정 업무를 책임지는 공무원들이 자부심이 사라지고 사기가 진작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그만두거나 사건·사고 등도 발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가에 엄청난 손실이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공무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직원동행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성별·연령·직급·근무경력 등을 대표하는 5급 이하 직원 40명으로 구성된 ‘조직문화 개선TF’를 꾸렸다. 내년 초에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조직문화 개선대책’을 발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TF 내에서도 3개 정도의 분과로 구성해 조직문화와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며 “직원들은 조직문화와 관련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서 좋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연례행사처럼 할 게 아니라 지속해서 꾸준하게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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