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북미 영화 집계 플랫폼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헤어질 결심’은 개봉 첫 주 단 3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9만729달러(한화 약 1억3064만 원)의 매출로 22위에 올랐다.
지난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작품인 데이빗 고든 그림 감독의 공포물 ‘할로윈 엔드’가 3900여 개 관에서 4125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데 비하면, ‘헤어질 결심’의 상영 규모와 매출액은 극도로 적은 편이다.
다만 이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마찬가지였다. 3년 전인 2019년 10월 단 3개 관에서 북미 개봉한 ‘기생충’은 첫 주 39만3216만 달러의 매출액과 14위의 순위로 북미 상영 레이스를 시작했다. 당시 1위 작품은 전 세계적인 흥행작인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조커’였다.
‘기생충’은 이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개봉 한 달 만에 상영관을 600개 관까지 확보했고, 이듬해 2월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에 오르면서 상영관 규모를 1060개 관까지 늘려 보다 많은 북미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기생충’의 이같은 노선은 ‘헤어질 결심’에게도 좋은 모델이다. 실제로 ‘헤어질 결심’은 ‘기생충’과 똑같은 10월에 북미 개봉했다. 관객의 입소문을 끌어내 이듬해 2월에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상영을 이어가는 게 가장 성공적인 흐름이다.
‘헤어질 결심’의 잠재력을 평가할 만한 지표도 있다. 박스오피스 모조는 매주 한 영화가 1개 상영관에서 올린 매출을 따져본다. ‘헤어질 결심’은 1개 상영관에서 3만243달러(한화 약 4355만 원)의 매출을 내면서 지난주 상영작 중 가장 높은 기록을 썼다.
이는 상영관 수가 적었음에도 ‘헤어질 결심’을 보기 위해 각지에서 찾아와 영화표 값을 지불한 관객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로, 북미 관객의 관심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헤어질 결심’의 배급사가 CJ ENM이라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CJ ENM은 ‘기생충’으로 우리나라 배급사 중 유일하게 ‘오스카(미아카데미) 레이스’를 경험해봤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감독의 인지도, 북미 시장에서의 흥행 가능성, 배급사의 현지 홍보 능력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영화 ‘산업’ 측면의 대표적 행사인 만큼, CJ ENM이 ‘기생충’ 당시의 노하우를 다시 한번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 8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자체 심사를 거쳐 ‘헤어질 결심’을 내년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의 한국 대표 영화로 선정해 힘을 실어준 것 또한 긍정적인 요소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기생충’ 때부터 한 영화의 국제적 성과가 국가(브랜드 가치)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았기에 일정 정도 홍보예산을 투입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면서 “한국 대표 작품으로 출품된 ‘헤어질 결심’ 또한 가용 예산을 판단해 추후 홍보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