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끈 떨어진 러시아, ‘터키스트림’ 성공할까

입력 2022-10-14 16:40수정 2022-10-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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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에르도안에 오랜 꿈 ‘가스 허브’ 제안
노르트스트림 통한 수출길 막히자 튀르키예로 눈돌려
튀르키예,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러시아 “긍정적인 분위기”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13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아시아교류 및 신뢰 구축 회의(CICA) 제6차 정상회의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아스타나(카자흐스탄)/AP뉴시스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튀르키예를 유럽의 새로운 '가스 허브'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교류 및 신뢰 구축 회의(CICA) 제6차 정상회의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흑해를 통해 튀르키예와 남부 유럽을 잇는 튀르크스트림(터키스트림) 가스관이 러시아 가스 수송을 위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로라고 평가하면서 이를 통해 더 많은 가스를 수출하겠다는 구상을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튀르키예를 포함한 잠재적 구매자들이 관심이 있다면 유럽 등 제3국에 가스를 판매하기 위한 허브를 튀르키예에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튀르키예와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을 추가로 건설하고, 가스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튀르키예 거래소를 설립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튀르크스트림(터키스트림) 가스관 노선도. 출처 튀르크스트림 프로젝트 홈페이지

러시아 천연가스의 주요 수출로 중 하나인 튀르크스트림은 흑해 바다에 설치된 가스관이다. 러시아 남부에서 흑해 해저를 거쳐 터키 북서부 지역으로 연결되는 길이 930km의 2개 라인 가스관으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보다 더 깊은 최대 수심 2.2km에 매설됐다. 2020년 1월부터 가동을 시작해 연간 315억㎥의 가스가 수송되고 있다.

이번 푸틴 대통령의 제안은 서방 제재와 폭발 사고로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유럽 가스 수출이 어려워지자 튀르키예로 우회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에서 발트 해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2 가스관은 최근 고의적인 것으로 추정되는 가스관 파손·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폭발 사고로 4개 해저관 중 3개가 손상을 입었다. 폭발 이전부터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지난 8월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고,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건설은 완료됐으나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승인을 취소해 개통되지 못했다.

▲덴마크 보른홀름섬 해안을 지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에서 27일(현지시간) 가스가 유출되고 있다. 보른홀름(덴마크)/UPI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일 노르트스트림 폭발 사고로 무사한 1개 해저관을 통해 가스 공급을 재개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지만, 독일은 단칼에 거절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에너지 포럼에서 "튀르키예를 통해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주요 루트를 만들 수 있다"면서 "그는 (튀르키예) 허브가 '과도한' 가격을 규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으로서는 푸틴의 제안은 거부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이다. 가스 허브는 에르도안의 오랜 꿈이다. AF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고립시키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에 '가스허브'라는 그의 꿈을 제안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방과의 외교 관계를 생각한다면 선뜻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9월 16일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AP뉴시스

이를 의식한 듯 터키 정부는 푸틴의 제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크렘린궁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반응했으며, 양국이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국은 튀르키예의 제2 원자력발전소 건설도 논의하는 등 원자력 분야까지 에너지 협력 확대를 모색했다.

한편, 유럽은 노르트스트림 폭발 사고 초기부터 '사보타주(고의적 파괴행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러시아를 의심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이 벌인 일이라며 화살을 돌렸다. 이런 가운데 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튀르크스트림 구간 일부를 폭파하려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튀르크스트림' 가스관 파괴를 시도한 사보타주 요원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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