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또다시 불거진 리베이트 파문에 뒤숭숭하다. 자사 약이 쓰이도록 하기 위해 수백억 원의 뒷돈이 오갔다는 얘기는 누가 들어도 혀를 찰 소식이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리베이트 논란은 오랜 시간 업계가 쌓아 온 업보이기도 하다.
국내 제약산업이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과거 대다수 제약사는 제네릭(복제약) 영업을 기반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리베이트는 성분은 동일하고 이름만 다른 수많은 제네릭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었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양심의 가책은 점점 사라졌고, 당연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규제당국의 감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리베이트는 여러 차례 적발되고 법의 철퇴를 맞을수록 더 강해졌다. 금품을 제공하기 위해 온갖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이를 가리기 위한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졌다. 리베이트 관행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적발되지 않을 만큼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을 아쉬워했다는 점은 제약업계가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다.
제약업계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몇 년간 자정 노력을 기울여왔다.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 37001)을 도입하고, 앞다퉈 윤리경영을 추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이어진 악습을 뿌리 뽑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은 경보제약 사태에서도 드러났다.
우리는 의약품 자체의 경쟁력이 있었다면 제약업계 역사가 리베이트로 점철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많은 회사가 포장은 다르지만, 알맹이는 같은 상품을 내놓고 선택받기를 간절히 기다릴 때 차별화된 상품을 손에 쥔 회사는 가만히 있어도 주목받기 마련이다.
최근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에는 없었고 효능이 뛰어난 약이라면 일일이 읍소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 K제약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현시점에 과거를 답습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는 누구보다 업계가 잘 느끼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