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세계선 로봇 사람과 닮을수록 반발 ↑
글로벌 2000대 기업 80%, 2024년까지 로봇 관리자 도입 계획
“기업들, 로봇서 얼굴 떼라”
하지만 회사 경영에선 어떨까. 직장에서도 로봇과 사람들 간 소통과 교감이 우선해야 할까. 로봇 관리자와 노동자 관계에 관한 논문을 집필했던 카이 치 얌 싱가포르국립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얌 교수는 오히려 “로봇 관리자를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면 실제로는 상황이 크게 뒤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얌 교수에 따르면 관리자(사람)가 직원들에게 해고 통보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 때 직원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반응한다고 한다.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거나 관리자에게 불만을 갖거나.
반면 로봇 관리자가 같은 행동을 할 때 직원들은 “로봇이 주체성을 갖고 나를 해치려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로봇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납득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로봇이 사람과 비슷할수록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직원들의 반응이 달라진다고 교수는 설명한다.
그리고 각 로봇이 학생들에게 축구 관련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도록 했다.
이후 학생들은 로봇이 자신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그리고 로봇의 주체성이 얼마큼 되는지를 점수로 매겼다. 동시에 로봇에게 보복할 기회도 제공받았다. 여기서 보복이란 로봇이 완충 상태일 때 가장 행복하다는 전제하에 로봇 충전 상태를 조절해 처리 능력을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폴과 대화한 학생들이 옆 그룹 학생들보다 “로봇에게 주체성이 있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고, 로봇에 들어가는 전력을 줄여 보복하는 경향도 컸다.
얌 교수는 “학생들이 사람의 모습을 하지 않는 로봇으로부터 받는 피드백을 더 선호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로봇의 힘을 떨어뜨릴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노동자와 로봇 간 관계에 관한 기업의 고민은 더 커질 전망이다. 미국 조사업체 IDC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4년까지 포브스 선정 글로벌 2000대 기업의 80%는 직원을 고용하거나 해고하고, 훈련하는 데 로봇 관리자를 이용할 것으로 추산된다.
끝으로 얌 교수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기업들에 이 같은 조언을 전했다.
“직원을 평가할 때 로봇을 이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 얼굴 같은 것이 붙어 있지 않은 로봇을 사용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