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희귀가스 '어부지리'
네온, 중국 수입액 비중 올 84%
불화수소 4년 만에 20%p 늘어
국내 반도체 업계가 특정 국가에 편중된 공급망을 통해 원자재를 확보해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여전히 공급처 다변화, 대체소재 개발 등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우리 반도체 산업은 자원을 보유한 특정 국가의 수출 정책에 따라 원자재 가격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기업의 수익성 악화 등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급이 어려워진 네온이 대표적이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올해 1, 2월 우리나라의 네온 수입 가격은 톤당 평균 15만 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네온 주요 공급국인 우크라이나의 공급이 어려워지자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8월 네온 수입 가격은 톤당 277만 달러를 넘어섰다. 약 6개월 만에 가격이 18배가 뛴 셈이다.
네온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것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네온 수입액 중 23%를 차지하던 우크라이나 비중은 올해 13%까지 줄었다. 반면 중국 비중은 지난해 67%에서 올해 84%로 크게 늘었다. 우크라이나의 감소분을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중국산 네온 수입이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중국산 네온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중국산 네온 수입 가격은 올해 1월 톤당 17만6000달러 수준이었으나, 3개월 만인 4월 146만 달러로 100만 달러 선을 넘었다. 이어 6월에는 290만 달러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다. 8월에는 톤당 약 257만 달러로 정점 대비 조금 하락했지만, 1월에 비해서는 여전히 14배 이상 가격이 오른 상태다.
중국산 네온의 가격만 오른 것도 아니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불화수소, 크립톤, 제논 등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반도체 원자재의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불화수소의 경우 중국산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52%에서 올해 78%로 늘어났다. 4년 만에 20%포인트(p)가 넘게 늘어난 셈이다. 수입 가격은 지난해 톤당 1680달러에서 1960달러로 상승했다.
업계 "어쩔 수 없이 비싸게 사와"
석유 등 원자잿값 급등 '이중고'
중국산 크립톤 비중은 2018년 13%에서 올해 31%로 늘었다. 비중뿐만 아니라 가격도 빠르게 오르며 지난해 톤당 46만 달러 수준이던 중국산 크립톤은 올해 180만 달러를 돌파했다. 중국산 제논 비중 역시 2018년 5%에서 올해 37%로 7배 이상 높아졌다. 중국산 제논 수입 가격은 지난해 톤당 251만 달러에서 올해 1290만 달러를 넘겼다.
중국산 외에도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원재료 매입 비용은 58조52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6% 늘었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원재료 매입에 20조6590억 원을 지출해 작년보다 17.8% 비용이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네온이 중국산으로 대체되며 가격이 폭등했다. 어쩔 수 없이 중국산 제품을 비싸게 사 오는 상황”이라며 “쉽지 않지만 결국 원자재 국산화가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