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 계속되는 붕괴…“1949년 이후 ‘최악의 해’ 향해”

입력 2022-09-2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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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공격적 금리 인상에 채권 가격 하락세 가속
미국 국채 2년물 금리, 46년 만에 최장 기간 상승
“역사상 가장 큰 버블인 국채 버블, 계속 수축”
전 세계 투자자들, 343억 달러 풋옵션 매입…2009년 이후 최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근무 중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채권시장의 붕괴가 계속되고 있고 그 끝도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완고하게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여파로 채권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투자전략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국채시장이 2차 세계대전의 폐허에서 유럽을 재건하던 1949년 이후 최악의 해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 국채와 투자등급 회사채 투자수익률 벤치마크인 블룸버그 글로벌 채권종합지수는 이달 초 2021년 기록했던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1990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약세장에 접어들었다.

영국 정부가 전날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자 소득세와 인지세 인하, 법인세 인상 계획 철회 등 대규모 감세 계획을 발표하자 영국 국채 5년물 금리는 50bp(bp=0.01%포인트) 상승한 4.06%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폭은 최소 1992년 이후 가장 컸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12거래일 연속 올라 1976년 이후 가장 긴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24.8bp 올라 주간 기준으로 4월 이후 가장 상승폭이 컸다. 10년물 금리는 전날 최대 3.82%까지 치솟으면서 1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날로 커지는 채권시장의 손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경제를 지탱하고자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했을 당시와 지금 상황이 얼마나 크게 다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중앙은행들의 긴축 가속에 따른 경기침체에 예민해진 상태가 되면서 주식에서 원유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산이 휘청거리고 있다.

피터 브룩바 블리클리자문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결론적으로 중앙은행들의 모든 금리 억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며 “선진국 채권도 마치 신흥시장 채권처럼 거래되고 있다. 역사상 가장 큰 금융 버블인 국채의 수축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연준은 경기침체를 감수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는 연말 4.25~4.50%에 이를 전망이다. 예상되는 연준의 금리 인상폭은 채권시장의 손실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경고했다. 30일 발표되는 8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6%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연준은 물가 판단 지표로서 PCE 가격지수를 중시한다.

한편 전 세계 투자자들은 최근 시장의 혼란 속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앞 다퉈 풋옵션을 매입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풋옵션 매입액이 23일 기준 최근 4주간 343억 달러(약 49조 원)로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2020년 초 이후 지금까지 평균의 네 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썬다이얼캐피털리서치의 제이슨 게퍼트 대표는 “현재 주식 풋옵션 수요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반면 주가가 상승할 때 이익을 볼 수 있는 콜옵션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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