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행위 넘어 표현자유 침해·성범죄 피해까지 포괄
문화체육관광부는 25일 이날부터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우선 보호 대상이 기존보다 확대됐다. 기존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한 예술인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예술인권리보장법'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예술지원기관, 예술사업자 등과 관련해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인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교수, 스승에 비춰 약자의 지위에 놓여 있는 예술 대학생, 문하생 등 예비 예술인도 보호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권리 보장 내용도 확장했다. 기존 법이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고 수익배분을 거부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만을 처벌했다면, 예술인권리보장법은 ‘표현의 자유 침해’, ‘성희롱 성폭력 피해’ 등까지 포괄한다.
이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나 사회적 발언 등을 이유로 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게 된다. 문체부는 "예술지원사업의 선정과정에서 명단 작성 등 공정성을 침해하는 행위가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타인이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예술적 성과를 전파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경우 또한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연극계 등에서 취약한 입지에 놓여 있는 프리랜서 배우들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프리랜서 배우는 통상적으로 제작사와 작품별 계약을 맺고 제작사가 고용한 감독과 한 공간에서 밀접한 관계로 일하게 되는 특성을 띠는데,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이들은 ‘직장 내 관계'에 해당하지 않아 그간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 구제를 요청할 수단이 없었다.
2020년 광주시립극단에서 프리랜서 배우를 대상으로 무대감독이 벌인 성희롱 발언과 같은 유사 사례가 발생할 시 법에 따라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권리 침해를 당한 예술인은 예술인권리보장지원센터의 예술인신문고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필요시 심리상담, 법률상담, 의료비 등이 지원된다.
문체부는 신고된 사건의 사실관계를 조사해 권리 침해 사실이 확인된 경우 시정권고,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관련 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한편 문체부는 내년 정부 예산안 중 예술인의 권리 및 복지 향상을 위한 항목에 전년 대비 11.3% 늘어난 828억 원을 편성해 △권리침해 및 성희롱·성폭력 관련 행정조사와 피해 지원 체계 구축 △창작준비금 2만3000명 지원 △예술활동증명 심의절차 전담인력 8명 확충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