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처벌법’에도 구속률 10%…"구속사유 재정비해야"

입력 2022-09-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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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보호·무죄추정원칙 모두 지켜야…경찰 현장 적극개입도 필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전주환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특가법) 보복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스토킹 범죄 관련 구속률이 10%대에 머문다는 분석이 나오자 법조계에서는 구속 사유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무죄추정원칙을 지키기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장에서 스토킹 신고 체계도 더욱 간결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 관련 경찰 신고는 2021년 10월부터 2022년 6월까지 2만2721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송치된 총 545건 중 487명이 불구속이었고, 구속은 58명에 그쳤다. 구속률이 10.6%에 불과한 것이다.

법조계는 현행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구속 사유가 피해자 보호에 역부족이라고 진단한다. 보충적 규정을 보수적으로 적용하면서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70조 1항을 보면 범죄 사실이 소명되는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을 때 구속할 수 있다. 여기에 형사소송법 70조 2항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에 따라 구속 사유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위해 우려를 고려하는 ‘보충적 규정’도 살핀다.

지방의 한 판사는 "몇 가지 구속 사유로 다양한 범죄 사실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보충적 규정'이 말 그대로 보충의 성격이라 스토킹 피의자 구속 여부를 따질 때 엄격하게 적용하진 않는 것 같다"며 "피해자 보호와 무죄추정원칙을 충족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스토킹 피해를 수차례 신고해 신변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이 지난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법조계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구속 사유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은 보복범죄나 피해자 위해와 관련되는 내용을 독자적인 구속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보충적 규정' 아닌 '독자적 규정'으로 피해자 위해 가능성을 판단해 구속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다.

김혁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국피해자학회 학술지 '피해자학연구'에 실은 '보복범죄 방지와 범죄피해자 보호를 위한 구속제도의 재설계'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보복범죄 우려가 큰 피의자에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도록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구속을 바라보는 시각은 국가와 피의자ㆍ피고인의 대립 관계를 중심으로 이면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보복범죄를 방지할 수 없어 피해자 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구속 사유 정비와 함께 현장에서 적극적인 보호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간편한 신고 절차와 경찰의 신속한 대처가 있어야 스토킹에 따른 추가 피해를 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김민건 법무법인 우면 변호사는 "전화로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 있는 만큼 문자나 애플리케이션(앱) 같이 버튼 한 번으로 신고가 들어갈 수 있게 하고 모니터링 인력도 따로 둬야 한다"며 "간편한 신고, 빠른 출동으로 체계가 갖춰진다면 몇 분만 기다려도 경찰이 출동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피해자 두려움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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