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고 쫓기는 한미 금리…킹달러·킹금리에 커지는 외인 ‘셀 코리아’ 우려

입력 2022-09-2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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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역전 → 원·달러 환율 상승 → 무역수지 적자 →외국인 자금 이탈 악순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 달 만에 한국 금리를 다시 역전했다. ‘금리 역전 → 원·달러 환율 상승 → 무역수지 적자 →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더 단단해진 것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와 달러 강세, 경기침체 경고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뺄 우려가 더 커졌다.

21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현재 2.225~2.50%인 기준금리는 3.00~3.25%로 인상됐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약 2년 반 만에 우리나라(2.25%)를 웃돌았다. 8월 한국은행이 0.25% 인상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우리나라 금리를 크게 넘어서게 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발표한 1996년 5월 이래 과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사례는 총 3번이다.

문제는 역전된 한미 금리 격차를 앞으로 뒤집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가이드라인인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은 4.4%로 예상됐다. 올해 FOMC가 11월과 12월 두 차례 남은 점을 고려하면 FOMC의 다음 스텝은 ‘자이언트 스텝’과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만약 다음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이 단행되면 4회 연속이 된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는 국내 자본유출을 부추긴다. 외국인 투자자가 금리가 높은 쪽으로 자금을 이동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센터장은 “한미 금리 역전에 따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있고, 우리도 금리 인상을 확대할 수 있다”며 “경기 둔화 부각과 함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상존한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가장 최근에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벌어졌던 2018년 코스피 6개월 수익률은 -4.3%로 전환하며 미국보다 부진한 결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12개월 수익률은 -9.6%에 달했다. 이 시기는 경기 둔화시기로 현재 상황과 매우 닮았다. 2018년 금리가 역전되고 당시 3월을 저점으로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량 순매도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실탄 개입’에도 140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밀어 올려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복병이 될 수 있다. 9월 1~20일 무역수지는 41억 달러 적자로 25년 만에 6개월 연속 적자가 유력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특정 월에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다음 달에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할 확률은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때보다 평균적으로 28.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확률은 75.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경연은 “무역수지 감소로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환차손 우려로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 압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경기 침체 이슈 및 주택 관련 인플레 장기화 우려를 표명하는 등 여전히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점을 감안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라며 “더불어 달러 강세 기조가 확대된 점, 장기 국채 금리가 경기 침체 이슈를 반영하며 하락한 점 등은 외국인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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