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늪’ 일본의 뚝심...절반의 성공

입력 2022-09-20 16:47수정 2022-09-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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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 유지 예상
8월 CPI 2.8%↑…31년 만의 최고치
디플레 탈출 희망 보여
골드만삭스 “일본·호주만 양호한 소비력 유지”
‘나쁜 엔저’ 부메랑 우려…경제 파이 축소 역풍 맞을 수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2020년 3월 1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세계 주요국이 무섭게 뛴 물가를 잡기 위해 줄줄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금리가 마이너스인 유일한 국가로 남게 된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의 뚝심이 반영된 것으로 성과가 없지는 않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3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해 일본이 디플레이션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반면 엔화 가치의 끝 모를 추락은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번 주 ‘금리 슈퍼위크’가 열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영란은행, 스위스중앙은행은 일제히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금리 인상 물결을 일본만 비껴가고 있다. 일본은행이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마지막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일본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지불한 비용도 상당하다. 달러 초강세 추세가 이어지면서 엔화 가치는 올해 약 20% 하락했다. 달러·엔 환율은 24년 만에 140엔 선을 돌파했다. 엔화 추락으로 수입물가는 급등했고,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나쁜 엔저’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비둘기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구로다 총재는 안팎의 거센 비난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장기불황에 허덕이며 ‘잃어버린 30년’을 보낸 일본 경제에 트라우마가 커서다. 경제회복을 위한 구로다의 처방은 저금리와 엔저였다.

‘디플레이션 탈출’이란 측면에서 구로다의 ‘뚝심’은 빛을 보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이날 8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소비세 영향을 제외하면 1991년 9월 이후 30년 11개월 만의 최대 폭 상승이다. 또 5개월 연속 일본은행 물가 목표인 2%대를 유지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가 에너지, 식료품 가격을 밀어 올린 영향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분석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가 이코노미스트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CPI 상승률은 내년 1분기까지 2%대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주요국 가운데 일본과 호주만 양호한 소비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이 거센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실질 소비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했지만, 일본과 호주는 완만한 물가 상승을 배경으로 소비가 경제를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경제회복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저금리를 밀어붙인 구로다의 방침이 성과를 거둔 셈이다.

다만 엔화 가치 급락은 넘어야 할 산이다. 엔저로 인해 미국 달러로 환산한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4조 달러(약 5560조 원) 밑으로 떨어질 처지에 몰렸다. 경제 규모가 버블경제 붕괴 직후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초저금리를 통해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려다가 경제 파이 자체가 쪼그라드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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