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반영됐다’는데도 불안한 韓 증시, 남은 악재는

입력 2022-09-15 15:14수정 2022-09-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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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 잡으면 다른 물가 튀어 올라…물가지표 나올 때마다 시장 혼란
장·단기 금리역전 1분기 이상 지속 우려…경기 침체 신호
러 천연가스 중단 장기화시 유럽 경기 침체 빨라질수도
미·중 교역 갈등·‘블랙스완’ 일본 경제·중국 성장률 둔화 ‘걸림돌’

▲최근 세계경제 위기요인 흐름

“시장이 방심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인 뒤 시장에서 나온 반응이다. 이미 원자재 급등이 상품 가격이나 임금으로 상당 부분 전이되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고했지만, 유가하락과 같은 에너지 가격 하락에 시장이 너무 고무되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차례 후폭풍을 겪은 시장은 연내 불거질 새로운 악재 출현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연준은 모든 데이터를 보고 있기 때문에 잭슨홀 미팅에서 강력하게 얘기하며 이런 사태를 미리 시장에 알려줬는데, 시장은 그걸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두더지 게임’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은 한쪽에서 잡으면 다른 한쪽에서 튀어 오르는 ‘두더지 게임’ 같은 양상을 보인다. 이번 CPI 쇼크는 물가 상승 요인이었던 가솔린 가격, 중고차 가격, 항공료 등이 하락한 반면, 주거비용이 증가하면서 불거졌다.

문제는 다음 물가지표에서 이 반대현상을 충분히 만들어낼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가 미국인들에게 유가 급등을 경험하게 할 것”이라는 옐런 재무장관의 말대로라면, 하반기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임대료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이는 곡물가격이 하락하는데도 상품가격이 오른 것처럼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현상을 만든다.

최경진 한화투자증권 강남리더스라운지 PB는 “물가지표가 나올 때마다 시장은 혼란스러울 수 있고 3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 다음 달은 시장 기대치를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경기침체 가속화·국가간 갈등

또 다른 악재는 경기침체 가속화다. 통상 장·단기 금리역전이 1분기 이상 지속될 경우 경기침체가 온다고 보는데 이번 달이 역전된지 1분기가 되는 때다. 미국은 1980년 이후 네 차례 경기침체를 경험했으며, 네 차례 모두 경기침체 전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진 후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교착으로 발생한 에너지 및 원자재 시장 수급 불안은 유로존과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의 천연가스 중단이 장기화하면 유럽 경기침체가 폭발적으로 생각보다 빠르고 깊게 나타날 수 있다.

미·중 교역 갈등은 외교 군사적 이슈를 포함한 전방위적 패권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지역의 공급망, 시장, 기술 패권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블랙스완’(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전혀 예상치 못한 위험의 습격)으로 엔저 현상에 갇힌 일본 경제를 주목하고 있고, 중국의 성장률 둔화도 걸림돌로 지목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유로존 등 선진국 경기는 이미 경기 하강 신호가 감지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경제 상황이 평균적인 추세를 밑도는 침체 국면으로의 진입이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현금 확보하고, 보수적 대응해야”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여전히 살아있는 현재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기대치를 낮추는 것과 함께 선별적인 증시 투자 전략을 조언했다.

하인환 KB증권 선임연구원은 “주식시장 전반에 대해선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변동성이 큰 국면에 대응할 필요성과 연말로 갈수록 배당 기대감 등을 고려하면 배당주로 대응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금 자산 확보가 필요하고, 지나치게 테마성 종목에 투자하기보다 밸류가 뒷받침되는 IT, 자동차 등 고환율 수혜 종목으로 하락시 분할매수하는 방안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다음 달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 맞춰 정책 수혜 종목을 중심으로 중국 관련 기업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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