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은 ‘외교’가 중요한 나라로 인식된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지정학적으로 한국이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강대국들에 포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들 강대국 사이에서 무사히 생존하기 위해 늘 외교에 골몰했다. 한국사를 ‘외교의 역사’로 정리해도 큰 무리는 없다. 국사책으로 접했던 ‘서희의 외교담판’, ‘광해군의 중립외교’, ‘친명배금 정책’ 등이 그 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주이집트 대사, 대통령 의전비서관, 유엔사무총장 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한 바 있는 윤여철 작가는 최근 ‘다자외교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다자외교가 무엇인지 그 진화과정과 역사를 살펴본 후 인류의 미래를 위한 다자외교의 핵심 역할을 소개한다. 저자는 대통령비서실, 외교부, UN사무국에서 직접 관찰하고 경험한 바를 통해 외교가 우리나라에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외교 중에서도 ‘다자외교’에 방점을 찍는다. 일반적으로 외교는 양자외교와 다자외교로 나눌 수 있는데, 다자외교는 양자외교의 연장선에 있다. 저자에 따르면 다자외교는 특정 국가를 넘어선 인류 전체의 새로운 문제들을 다루어 나가는 형태다.
‘주요선진20개국(G20)’이 가장 대표적인 다자외교 무대라고 할 수 있다. G20은 선진국 7개 나라의 모임인 G7에서 확대돼 유럽연합(EU) 의장국과 신흥시장 12개국 등 세계 주요 20개국을 회원으로 하는 국제기구다. 여기에서 각국의 정상들은 세계 경제, 무역, 통상, 정치, 외교, 환경 등 분야를 폭넓게 논의한다.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국제기구는 계속 발전해나가면서 그 범위를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확보하고, 우리 민족의 궁극적 통일과 공동번영을 구축하는 일이 다자외교에 달렸다고 본다. 이에 따라 다자외교의 중요성을 포함해 한국의 미래에 다자외교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핀다.
저자는 “우리 정부도 다자외교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우리 동료 외교관들도 다자외교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근무하는 기회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책을 통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의 다자외교 현장에서의 노력에 대한 우리 국민의 보다 큰 지지와 성원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며 출간 소감을 전했다.
■ 다자외교의 재발견
윤여철 지음 | 박영스토리 펴냄 | 280쪽 | 1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