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우디 방문에도...OPEC+, 10월 10만배럴 감산하기로

입력 2022-09-0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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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배럴, 전 세계 수요 0.1% 그쳐...수급 영향은 제한적
다만 시장 심리에는 영향 미칠 듯
바이든 7월 사우디 방문해 증산 요청
백악관 “필요한 조치 계속할 것” 표정관리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7월 15일 사우디 제다에서 만나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제다/AP뉴시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5일(현지시간) 내달 원유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인권 문제에 대한 소신을 버리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지 두 달 만에 되려 감산 결정이 나온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OPEC+는 월례 회의 후 낸 성명에서 다음 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1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지속해온 단계적인 증산을 막아서면서 OPEC+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8월 수준(하루 4385만 배럴)으로 다시 줄게 됐다.

앞서 OPEC+는 지난 회의에서 9월 하루 10만 배럴 증산을 합의했지만, 이날 회의에 앞서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는 경기 침체 우려 등을 이유로 하루 10만 배럴 감산을 권고했다. OPEC+는 올해 하반기 원유 소비 위축으로 하루 90만 배럴의 초과 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10만 배럴은 전 세계 원유 수요의 0.1%에 그쳐 이번 결정이 실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산유국들이 유가 하락에 대한 견제를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제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OPE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수요 회복에 따라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매월 단계적으로 증산해왔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에 대한 소신을 접고 7월 사우디를 방문해 증산을 요청했다. 이전까지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책임을 물어 사우디를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해왔었다.

바이든의 요청에도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은 세계 경기 둔화 우려를 내세우며 감산을 결정했다. 이달부터는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끝나고, 중국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부 도시가 봉쇄 조처가 내려지는 등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요 선진국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는 것도 원유 수요를 둔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꼽았다. 이란 핵 합의로 이란산 원유가 국제 원유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감산 결정을 부추긴 요인이다.

이날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체면을 구긴 미국 행정부는 표정관리에 나섰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별도의 성명을 내고 "미국 국민은 이번 여름에 기름값이 내려가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주유소에서 기름값이 12주 연속 내려갔는데 인하 속도도 10년간 가장 빨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을 강화하고 가격을 낮추는 데 필요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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